미국의 운명을 결정한 것은 다보스 계층의 부상이다

인간 세계는 삶의 힘들의 분자적인 흐름들이 기술적 장치들, 사회제도들, 인격들, 사유범주들로 굳어지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예의 분자적인 흐름들은 언제나 움직이기 때문에 그 움직임이 일정하게 축적되면 그 힘이 이미 굳어진 기술적 장치들, 사회제도들, 인격들, 사유범주들을 위협하게 되고 때로는 새로운 기술적 장치들, 사회제도들, 인격들, 사유범주들을 낳기에 이른다. 그런데 삶의 힘들의 분자적인 흐름들은 가시적이지 않다. 그래서 인간 세계에서 ‘눈이 밝다’고 함은 이 보이지 않는 흐름들을 읽어내는, 해석해내는 힘이 높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미국 대선 결과에 대해 낡고 지루하고 식상한 해석들이 나오리라고 예상된다. 예의 분자적 힘의 흐름을, 즉 기존의 정치적 틀 내에서 혹은 아래에서 꿈틀대는 새로운 활력을 읽어내는 힘은 대한민국의 정차평론에서는 매우 희귀한 것이기 때문이다. 미리 고정된 범주들의 판에 가장 깊이 갇혀있는 무능함이 (때로는 도덕적 어조를 띠고) 유능한 전문적 논평과 해석으로서 제시될 것이다.

 

이러한 전반적 상황에도 불구하고 어디엔가 내가 찾지 못한 유익한 해석과 논평들이 있을 것이다. 그것을 찾기 전에 영어로 접하게 된 글 하나를 소개한다. 『가디언』(The Guardian)에 실린 네이오미 클라인(Naomi Klein)의 2016년 11월 9일자 글 ｢미국의 운명을 결정한 것은 다보스 계층의 부상이다｣(It was the rise of the Davos class that sealed America’s fate)라는 제목의 글이다. 본격적인 번역은 아니고 상세한 정리이다. 이 글의 유익함에 대한 판단은 물론 읽는 이 각자의 몫이다. -- 정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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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운명을 결정한 것은 다보스 계층의 부상이다

 

네이오미 클라인

 

 

사람들은 대선의 결과에 대해 제임스 코미(James Comey)와 FBI, 인종주의, 버니, 여성혐오증, 제3당들, 독립 후보들, (트럼프에게 연단을 제공한) 기업미디어, (확성기 역할을 한) 소셜미디어, 위키리크스 등을 비난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비난은 우리에게 덮친 악몽을 만들어낸 데 대한 책임이 가장 큰 것이 신자유주의라는 점을 빼놓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과 그녀가 부리는 기계에 의해 완전하게 구현되는 이 신자유주의라는 세계관은 트럼프 스타일의 극단주의와 같이 놓고 비교할 대상이 아니다. 그런데 이 둘을 서로 충돌시키겠다는 결정이 우리의 운명을 결정한 것이다. 다른 것은 몰라도 이 실수로부터 배울 것은 있어야 하지 않은가?

 

우리가 이해해야 하는 것은 무지하게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규제완화, 사유화, 긴축, 기업간 거래(corporate trade)라는 신자유주의 정책들 아래에서 생활수준은 급강하했다. 사람들은 직장을 잃었고 연금을 잃었으며 이러한 상실을 덜 두렵게 만드는 안전망의 많은 부분을 잃었다. 이제 사람들은 자신의 아이들의 미래는 불안정한 자신의 현재보다 훨씬 더 나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와 동시에 사람들은 다보스 계층의 부상을 목격했다. 이는 금융 및 기술 분야의 억만장자들 및 그 세력과 매우 친하게 지내는 선출된 지도자들 그리고 세상을 지극히 매력적으로 만들어주는 헐리웃 연예인들의 네트워크이다. 사람들은 성공이라는 잔치에 초대받지 못하며, 이 부상하는 부와 권력이 그들의 점점 더 늘어나는 부채 및 무력함과 어떻든 직접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마음속으로 알고 있다.

 

안전과 지위를 태어날 때부터의 권리로 보는 사람들―대부분의 백인들―에게 이러한 상실감은 견디기 힘들다.

 

트럼프는 이 고통에 직접 호소한다. 브렉시트 캠페인도 이 고통에 직접 호소했다. 유럽의 모든 부상하는 극우 정당들도 그렇다. 이들은 향수 어린 민족주의, 멀리 있는 경제 관료들―워싱턴이든 NAFTA든 WTO든, EU든―에 대한 분노로 응답한다. 물론 이들은 또한 이주민들과 유색인들을 공격하고 이슬람교도들을 비방하고 여성들을 비하함으로써 응답한다. 엘리트 신자유주의는 이 고통에 대해 해줄 것이 없다. 다보스 계층을 풀어놓은 것이 신자유주의이기 때문이다. 클린턴 부부와 같은 사람들이 다보스 잔치에서 축배의 주인공들이다. 사실 이들이 파티를 연다.

 

트럼프의 메시지는 ‘모든 것이 지옥이다’( “All is hell”)이다. 여기에 힐러리는 ‘모든 것이 좋다’(“All is well”)로 응답한다. 실제 상황은 전~혀 좋지 않다.

 

극성스러운 불안정과 불평등에 대한 신파시즘의 응답은 사라지지 않을 듯하다. 그런데 우리가 1930년대로부터 배운 것은 파시즘과의 전투에 필요한 것은 진정한 좌파라는 점이다. 상황을 진정으로 변혁하는 계획이 눈앞에 제시된다면 트럼프 지지층의 상당 부분이 떨어져 나갈 것이다. 말로만이 아니라 정말로 억만장자 계층과 싸우고, 화폐를 환경을 고려하는 새로운 뉴딜을 위해 사용하는 계획이다. 그런 계획은 보수가 좋고 조합을 갖춘 일자리들을 창출할 수 있으며, 유색인들의 공동체에 몹시 필요한 자원과 기회를 가져다줄 수 있고, 환경오염자들이 노동자들의 재훈련과 미래로의 편입에 필요한 돈을 대어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계획은 제도화된 인종주의, 불평등, 기후변화에 공히 맞서 싸울 정책들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계획은 불공정한 무역협정 및 경찰 폭력과 맞설 수 있고, 토착민들을 토지·물·대기의 본래적인 보호자들로서 존중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에겐 분노할 권리가 있으며, 강력하고 여러 층을 아우르는 좌파 계획이 그 분노를 마땅히 향해야 할 곳으로 향하게 할 수 있다. 집단 간의 마찰로 너덜해진 사회를 한데 모아 추스를 종합적 해결책을 모색하면서 말이다.

 

그런 동맹은 가능하다. 캐나다에서는 <도약 선언>(The Leap Manifesto)이라고 불리는 민중 기획의 깃발 아래 사람들을 한데 모으는 일이 시작되었다. <그린피스 캐나다>, <흑인들의 생명은 중요하다> 토론토 지부(Black Lives Matter Toronto), 그리고 큰 노동조합들 일부를 포함하는 220개 이상의 조직들이 이 기획에 찬성하고 있다.

 

버니 샌더스의 놀라운 선거운동이 그러한 종류의 동맹을 건설하는 방향으로 상당히 전진했으며 민주적인 사회주의에 대한 욕구가 엄연하게 존재한다는 것을 입증했다. 그러나 현재의 경제모델이 가장 악용하는 인구층인 노년층 흑인들 및 라티노 유권자들과 연결하려는 노력이 일찌감치 실패했다. 이 실패로 인해 선거운동은 그 잠재력을 다 발휘하지 못했다. 이러한 실수는 수정될 수 있으며 대담하고 변혁적인 동맹이 구축될 수 있다.

 

이것이 앞으로의 과제이다. 민주당은 친기업적 신자유주의자들로부터 단호하게 떼어내어지거나 아니면 아예 폐기되어야 한다. 엘리자벳 워런(Elizabeth Warren)에서 니나 터너(Nina Turner), 그리고 (버니 샌더스의 선거운동을 도왔던) 오큐파이 운동 참가자들에 이르기까지, 동맹을 고취하는 진보적 지도자들의 장(field)이 내 생애의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게 존재한다. <흑인들의 생명을 위한 운동>(Movement for Black Lives)에 속한 많은 사람들이 말하듯이, 우리에게는 ‘지도자들이 ’넘친다‘(“leaderful”).

 

그렇다면 이 충격에서 가능한 한 빨리 벗어나서, 이 세상의 트럼프들이 재현/대표하는 증오와 공포에 대해 진정으로 응답할 수 있는 급진적 운동을 구축하자. 우리를 분열시키는 모든 것을 제치고 지금 당장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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