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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예술

매끄러운 글과 서걱거리는 글 해는 淸敎徒가 大陸 東部에 상륙한 날보다 밝다 우리의 재(灰), 우리의 서걱거리는 말이여 人生의 말의 간결―우리는 그것을 戰鬪의 소리라고 부른다 (김수영, 「미역국」) 넓어져 가는 소란 (김수영, 「꽃잎(二)」) 이 無言의 말 하늘의 빛이요 물의 빛이요 偶然의 빛이요 偶然의 말 죽음을 꿰뚫는 가장 무력한 말 죽음을 위한 말 죽음에 섬기는 말 고지식한 것을 제일 싫어하는 말 (김수영, 「말」) 단순한 전달과 노예의 언어 (김수영, 「히프레스 문학론」) 번역을 하거나 다른 사람이 쓴 글을 읽어주다 보면 글의 매끄러움에 대해서 신경을 쓰게 된다. 이는 당연히 필요한 일이지만, 매끄러움에 대한 지향이 필요한 정도를 넘어서 글의 가장 중심적인 덕으로 끌어올려진다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매끄러움에 우리의 시야가 .. 더보기
우리는 서로를 필요로 한다 - 로렌스 우리는 서로를 필요로 한다 (We Need One Another) D. H. 로렌스 우리는 인정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남성과 여성이 서로를 필요로 한다는 것을. 공연히 반발하여 상처받은 후에, 반항하고 부루퉁해지기도 한 후에, 이 모든 것 후에는 수긍하고 마음을 푸는 것이 좋을 것이다. 우리는 모두 개인주의자들이다. 우리는 모두 이기주의자들이다. 우리는 모두 자유를 맹렬하게 믿는다. 어쨌든 우리의 자유를 믿는다. 우리는 모두 절대적이고자 하며 자신만으로 충분해지고자 한다. 우리가 다른 사람을 필요로 한다는 것은 우리의 자존심에 큰 타격이다. 우리는 여자들 중에 가볍게 한 사람을 고르고 선택하는 것을 개의치 않는다. 여자라면 남자들 중에서 그러는 것을 개의치 않는다. 그러나 ‘아이구, 나는 저 제어할 수.. 더보기
노팅엄과 탄광지역 [로렌스의 고향 마을 회상] 노팅엄과 탄광지역 [로렌스의 고향 마을 회상] From D. H. Lawrence, "Nottingham and Mining Countryside" (Phoenix 135면 이하) (앞부분 생략) 그래서 [고향 마을에서의] 삶은 셰익스피어, 밀튼, 필딩(Henry Fielding), 그리고 조지 엘리어트(George Eliot)가 나타내는 농경적인 옛 영국과 산업주의가 이상하게 교차되어 있었다. 사람들은 심한 더비셔(Derbyshire) 사투리를 사용하였으며 그래서 항상 “thee”와 “thou”를 썼다. 사람들은 거의 전적으로 본능에 의하여 살았으며 나의 아버지 나이의 사람들은 글을 읽을 줄을 정말로 몰랐다. 그리고 탄광에서 일한다고 해서 사람들이 기계적으로 되지도 않았다. 그 반대였다. 십장제도(bu.. 더보기
‘현재’의 시 - D. H. 로렌스 ‘현재’의 시 - 『새 시들』(New Poems, 1918)의 미국판 해설 D. H. 로렌스 종달새가 지저귀는 소리를 들으면 소리가 미래를 향하여 달려가는 것처럼, 매우 빠르게 아무런 고려도 없이 곧바로 미래를 향하여 달려가는 것처럼 보인다. 나이팅게일 소리를 들으면 우리는 정지를 그리고 기억의 풍요롭고 꿰뚫는 리듬을, 완성된 과거를 듣는다. 종달새는 슬프게 들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는 예쁜 일시적인 슬픔이라서 거의 희망의 황홀이다. 나이팅게일의 개가(凱歌)는 찬가이지만 죽음의 찬가이다. 시도 그렇다. 시는 보통 먼 미래의 절미(絶美)한 천상의 목소리이거나 풍요롭고 장엄한 과거의 목소리이다. 그리스인들이 『일리아드』와 『오디세이』를 들었을 때 그들은 자신의 과거가 심장 속에서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 마.. 더보기
19세기 영국의 유리공예와 고대 베네치아(베니스)의 유리 공예의 차이 ① 영국의 장인은 패턴을 정확하게 일치시키고(accurately matching his patterns), 곡선을 완벽하게 구현하고 가장자리를 완벽하게 날카롭게 하는 것(getting his curves perfectly true and his edges perfectly sharp)만 생각한다. 그리하여 곡선을 둥글게 하고 가장자리를 날카롭게 하는 단순한 기계(a mere machine for rounding curves and sharpening edges)가 된다. ② 고대 베네치아의 장인은 가장자리가 날카로운지 아닌지를 조금도 신경을 쓰지 않았다(the old Venetian cared not a whit whether his edges were sharp or not). 그러나 그가 만드는 모든.. 더보기
시에서의 혼돈 (D. H. Lawrence) ―해리 크로스비의 시집 『태양 마차』에 붙이는 서문 시는 단어의 문제라고들 말한다. 이는 그림이 물감의 문제이고 프레스코가 물과 수성페인트의 문제이다라는 말만큼 맞다. 이는 온전한 진실에는 훨씬 못 미치는 것이라서 만일 이 말을 대단한 진실인 것처럼 말한다면 이는 약간 지각없는 일이다. 시는 단어들의 문제이다. 시는 단어들을 한데 엮어서 찰랑대고 딸랑대는 색깔들의 흐름으로 만드는 것이다. 시는 이미지들의 상호작용이다. 시는 생각을 무지개 빛으로 제시하는 것이다. 시는 이 모든 것이다. 그러면서도 또다른 어떤 것이다. 앞의 모든 요소들이 주어진다면, 무언가 시와 매우 유사한 것, 옛 낭만적 이름인 포에지(poesy)를 빌어다 붙일 어떤 것이 될 것이다. 그리고 포에지는 골동품처럼 항상 인기있을 것이다. 그.. 더보기
로렌스의 세잔론에 대하여 로렌스의 세잔론에 대하여 (로렌스의 "Introduction to these Paintings"에서) 로렌스는 ① 재현을 말한다. 그러나 이 재현은 ② 삶에 충실한(true-to-life) 것이며 ③ 상투형들(cliches)과의 싸움을 통해 이루어진다. 또한 ④ 사진처럼 사실적으로 그려서는 결코 얻을 수 없는 것이다.(로렌스는 시각적 비전은 곧 상투형으로 떨어진다고 한다. [정남영] 시각은 잠재성을 가장 짙게 가린다. ) 더군다나 이는 ⑤ 인간의 ‘사과되기’를 거쳐서 이루어진다. ⑥ 이로써 로렌스가 말하는 것이 사실주의적 재현이 아님은 명백하다. 사실이란 무엇인가? 상투형들이거나 아니면 기껏해야 “상투형들의 새로운 모음, 습관화된 기억들의 새로운 배열”이 아닌가? (“상투형은 정서적이고 직관적인 뿌리를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