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는 P2P재단의 블로그에 2018년 5월 23일 자로 올라있는 쏠 트룸보(Sol Trumbo)와 닉 벅스턴(Nick Buxton)의 The power of a transformative city를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트룸보는 경제 전문가이자 2012년 10월부터 <TNI>에서 일하고 있는 정치 활동가로 EU의 신자유주의적인 정책에 반대하면서 대안을 제시하는 범유럽 사회운동 구축에 중점을 두고 있다. 2011년 스페인 봉기 이후로 그는 같은 목적과 가치를 공유하는 다른 시민사회 단체와 함께 일하면서 인디그나도스와 오큐파이 운동에도 참여했다. 벅스턴은 의사소통 컨설턴트•작가•활동가이며 암스테르담에 기반을 둔 진보적인 씽크탱크인 <이행연구소>(Transnational Institute, TNI)에서 일한다. 옮긴이는 민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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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를 변형시키는 도시의 힘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가 2017년 6월에 미국은 파리협정을 탈퇴할 것이라고 발표했을 때 의회가 아니라 도시와 주정부에서 가장 실질적인 반대가 나온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었다.
6천 8백만 명이 넘는 미국인을 대표하는 379명의 시장들은 현실을 외면하는 대통령의 태도에 상관없이 자신들은 협정을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다 중요한 것은 파리협정의 내용적 한계를 고려해서 40개가 넘는 도시가 그보다 더 나아가 2050년 이전에 100% 재생 가능 에너지 달성을 목표로 했다는 것이다.
이 실천적인 도전은 지구화된 세계에서 도시가 어떻게, 우리가 사는 세계의 다양한 위기에 저항하고 대안을 제시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장소로서 출현하고 있는지를 부각시킨다.
도시는 특권적 장소이다.
도시는 사회변형의 요람으로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1848년 부다페스트, 스톡홀름 등의 유럽도시에서 일어난 도시반란이었든 1980년대 후반 브라질 노동당의 시의회선거에서의 승리 및 시민참여예산 실험이었든 아니면 보다 최근에 스페인 및 기타 지역에서 부상하고 있는 자치도시운동이든 말이다. 도시는 함께 살아가고 일하는 새로운 방식을 상상하고 집단적으로 조직하는 특권적 장소이다. 신체와 정신이 교류하는 공간이자 아이디어가 급속히 퍼지고 유례없는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공간이다.
도시를 지나치게 낭만적으로 생각하려는 것이 아니다. 도시는 인간이 만든 여타의 구축물처럼 집중된 권력, 불평등 및 배제 구조를 그 나름으로 가지고 있다. 그리스 도시국가들은 우리가 오늘날 아직도 사용하고 있는 민주주의라는 생각을 틀지었지만 그 사회는 노예제와 가부장제에 기초하고 있었다. 중세 도시국가들은 근대 자유민주주의와 세금에 바탕을 둔 복지체계의 실험실이었지만, 또한 자본주의, 식민주의, 국제금융 및 불공정 교역관계가 등장한 곳이었다. 도시는 도시의 경계 밖에 있는 사람들에게서 부를 추출하면서 도시 거주자들에게 특권을 제공하는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시는 최근 많은 사회적 투쟁들 ―카이로에 있는 타흐리르 광장에서의 ‘아랍의 봄’에서 홍콩의 ‘우산 혁명’까지―의 중요한 무대로 부각되었다. 이것은 도시가 역사상 처음으로 세계 인구의 54%가 넘는 사람들에게 거처를 제공하는 때에 일어났다(2050년쯤에는 67%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회 운동과 관련해서 도시는 경제적으로만이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조직하는 전략적인 장소이다. 20년 이상 지속된 신자유주의는 기업권력이 국가 기관과 국제기구들 및 국제법 틀 안에 확고하게 자리를 잡도록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래서 권력을 가진 세력을 물리쳐야 하고 힘을 빼앗긴 유권자들에게 호소해야 하는 민중운동이 이루어지기가 더 어려워졌다. 이와 달리 도시는 민중의 힘이 아직도 기업권력에 도전하여 그 권력을 물리치고 그럼으로써 집단적인 정치적 행동이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는 좀 더 공평한 경쟁의 장을 제공한다.
참여와 힘
정치 이론가인 고(故) 벤저민 바버(Benjamin Barber)는 도시는 “지역적인 참여와 중심적인 정치적 힘”을 다시 연결할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족국가가 한때 그 역할을 했지만, 민족국가들이 이제는 너무 커져서 (또한 ‘기업 자본에 너무 포획되어’라고 덧붙여야 할 것이다) 민주주의에 가장 중요한 “상향식 시민권, 시민사회, 그리고 자발적인 공동체”를 뒷받침할 수 없다고 그는 주장했다.
전 세계에서 사회운동은 노동의 존엄성을 위해서든 지속가능한 식량 체계를 위해서든, 그린에너지나 인종정의를 위해서든 중요한 사회적 요구들을 제기하는 도시의 잠재력을 적극적으로 포착하고 있다. 대체로 기업의 성격을 띤 주류 매체가 권력들의 회랑에서 일어나는 일에만 지속적으로 주의를 집중하므로 이 잠재력이 이루어내는 변형의 많은 부분은 레이더에 잡히지 않고 일어난다.
2015년에 우리가 속한 TNI에서 물 서비스를 공적 통제 아래로 되돌린 도시의 수를 살펴보기로 결정하고 물을 다시 시유화(市有化)하고 있는 도시 및 공동체들의 사례가 37개국에서 235개임을 발견했을 때 우리도 깜짝 놀랐다. 수에즈(Suez)와 베올리아(Veolia) 같은 다국적 물기업의 권력을 생각하면, 그리고 사유화(私有化)라는 이데올로기가 국가적이고 국제적인 물 정책을 장악하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이것은 조용한 혁명이나 다름없었다. 37개국에서 235개의 도시 및 공동체들이 물을 다시 시의 통제 아래로 되찾아오고 있다니···조용한 혁명이 아니고 무엇인가.
초점을 넓혀서 에너지와 주택을 포함시킨 2017년 올해 초 후속 보고서는 공공서비스의 재시유화의 사례들 835개를 공개했는데, 여기에는 45개국 1600개 이상의 도시들이 포함된다. TNI 연구원인 사토코 키시모토(Satoko Kishimoto)는 “이 사례들과 관련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사례들이 신자유주의에 ‘대안은 없다’는 신화를 결정적으로 끝장낸다는 것입니다. 이 사례들이 보여주는 것은, 사유화에 확실한 대안이 있을 뿐만 아니라 서비스를 향상하고 사회와 환경을 개선할 잠재력이 있다는 것입니다”라고 말한다.
신자유주의에 대한 대안
많은 경우 기업 자본에 저항하고 물이나 주택에의 접근권 같은 권리를 옹호하는 경험은 그 자체로 변형을 가져오는 힘이었다. 이 경험은 활동가들이 신자유주의에 의해 소외된 사람들을 다시 연결하는 것을 도왔을 뿐만 아니라 노동/일, 서비스 및 사회적 욕구를 조직하는 새로운 방식을 생각하도록 사람들의 상상력을 넓혔다. 여기서 방출되는 생생한 에너지와 역동성은 <드망>(‘내일’) 같은 다큐멘터리 영화에 포착된 바 있다.
예를 들어 영국의 토트네스(Totnes)에서 녹색사업을 시작하려는 경험들은 결국 국제적인 프로젝트인 <리코노미>(Reconomy)로 이어졌는데, 이 프로젝트는 무조건적 경제성장과 결부되기보다는 오히려 지속가능하고 공정하며 웰빙에 단단히 기반을 두는 지역 경제를 구축하고자 애쓴다. 진단 및 간단한 치료를 하는 수백 개의 소규모 무료 건강 진료소를 설립하는 뉴델리 정부 주도의 기획은 전 세계 보건 활동가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바르셀로나에서는 주택압류에 반대하는 경험에서 영감을 얻은 몇몇 활동가들이, 텅 빈 주택에 투기하는 은행들에게 벌금을 부과하고 새로운 시 에너지 기업을 만들며 난민들에게 보호구역을 제공하는 것을 포함하는 참여적 정책플랫폼을 기반으로 시 선거에서 싸워 이겼다.
바르셀로나의 새로운 시 의회는 참여, 개방 및 사회적이고 환경적인 정의라는 원칙을 마찬가지로 고수하는 <대담한 도시들>(Fearless Cities) 운동을 촉진하는 것을 돕고 있다. 2017년 6월 바르셀로나에서 주최한 첫 회의에서 그들은 전 세계 100개가 넘는 자치도시 플랫폼을 대표하는 참가자들을 600명이상 유치했다.
정치의 여성화
자치시의 직접행동주의는 또한 페미니즘과 정치의 여성화를 선두에 세울 기회를 제공한다. 라우라 로스(Laura Roth)와 케이트 셰이 베어드(Kate Shea Baird)가 주장한 것처럼 “정치의 여성화는 의사결정 공간에 여성들의 참석이 증가하고 젠더평등을 증진하는 공공정책을 시행하고자 하는 관심을 넘어서 정치가 이루어지는 방식을 바꾸는 것이 그 핵심이다.” 이것은 가부장적인 사회 패턴들―예를 들어 경쟁, 지배적인 리더십, 수직 조직, 이기주의 및 일반적으로 정치에서 여성들을 배제시켰던 구조―을 배제함을 뜻한다. 자치도시 운동을 하는 상당수의 신임 지도자들이 여성들이라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통화정책이나 군사동맹의 경우와는 달리, 물과 주택에의 접근성을 얻으려는 싸움과 같은 도시 수준에서의 정치적 갈등의 경우에는 그 근접성, 범위 및 성격으로 인해서 비가부장적인 양태의 정치행동들이 한층 더 적합한 장(場)을 제공하는 것 같다.
변형적인 도시 기획―특별참가상
공공 서비스의 시유화 및 부상하고 있는 자치도시 운동을 중심으로 한 이 성공적인 경험들에 힘입어 TNI는 <사회를 변형하는 도시 기획>(Transformative Cities Initiative)을 시작할 마음을 먹었다. 우리의 목표는 실제 유토피아들의 지도를 만드는 것이고 이 경험들을 퍼뜨리는 것이며 이 실험들을 행해서 얻는 배움을 공유하는 것이다. 이번 달부터 우리는 사회를 변형시키는 경험들을 표창하기 위해서 특별참가상을 수여할 예정이다. 1 이 기획은 첫 해에는 물, 에너지, 주택에 중점을 둘 것이며 앞으로 이주, 연대, 지역 농산물 거버넌스(territorial food governance) 2와 마약 피해 감소 같은 영역으로 확대될 것이다.
우리는 이 기회에 여러분의 이야기를 공유하도록 사회운동과 도시들을 격려하고 있다. 우리는 여타 지역이나 장소에서의 사회변형 과정을 격려하고 촉진하기 위하여 참여자들이 다함께 이 경험들을 배우고 체계화하도록 설득할 계획이다. 우리는 전지구적 논쟁에서 제대로 주목받지 못하고 있거나 공유되지 않고 있는 경험들을 가지고 있는 지구상의 후진지역(Global South)에서의 경험에 특별히 주목하고 있다.
우리의 현 정치적인 틀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와 권위적 일국주의 사이에서, 전지구적 쇼핑몰과 국경 장벽 사이에서 선택할 수밖에 없는 때에, 사회운동에서 유래하는 실질적인 대안들을 풍부하게 만들고 강화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계속 축소되는 시민 공간을 방어하면서 갈수록 더 권위적인 국가 정부들에게 저항하려고 애만 쓰는 전략은 사기를 떨어뜨리는 일이자 열패감을 낳는 일이다. 현실화될 가망이 없는 국가적이고 국제적인 대안들을 만들어내는 전략도 마찬가지로 우리의 힘을 갉아먹는다.
도시는 절망의 이분법과 관계를 끊을 기회를 제공한다. 다시 말해 도시는 지역 수준에서 변형적인 변화를 테스트해보고 그렇게 해서 아주 절실하게 필요한 전지구적 변형을 위한 구성요소를 제공할 기회를 우리에게 준다. <대담한 도시들> 회의에서 제기된 것처럼 “지역은 민주주의가 태어난 곳이었다. 지역은 이제 우리가 민주주의를 되찾을 곳이다.”
* P2P재단 블로그의 글에는 다른 설명이 없는 한 Attribution-ShareAlike 3.0 Unported가 적용된다. 이 글은 원래 독립 온라인 잡지인 Open Democracy에 게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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