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린 스타우트(Lynn Stout)
글제목 : How the Dominant Business Paradigm Turns Nice People into Psychopaths
URL : :
http://evonomics.com/how-maximizing-shareholder-value-turns-nice-people-into-psychopaths/
일자 : 2018년 7월 14일
분류 : 내용 정리
기타 : Adapted from The Shareholder Value Myth: How Putting Shareholders First Harms Investors, Corporations, and the Public (Berrett-Koehler 2012)
오늘날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들에게는 ‘주주 가치(shareholder value) 극대화’가 의무처럼 되어 있다. 대부분의 주주 가치 옹호자들은 경제인(homo economicus) 모델(주주들은 자신의 부에 대해서만 신경 쓴다)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지만, 순전히 이기적인 행동 모델이 항상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점점 더 인정되고 있다. 이것이 ‘주주 가치 극대화’라는 현재 지배적인 사업 모델에 ‘친사회적 주주’(prosocial shareholder)라는 개념으로 도전하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경제인 이론의 문제는 순전히 합리적이고 순전히 이기적인 인간은 사실상 사이코패스라는 점이다. 만일 경제인이 윤리나 다른 사람들의 복지에 신경 쓰지 않는다면 그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거짓말하고 사기치고 훔치고 심지어는 살인도 할 것이다. 오늘날 많은 전문가들이 실제로 사람들이 하는 행동을 관찰하는 실험에서 나오는 데이터에 의존하는 행동경제학(behavioral economics)을 수용하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행동경제학은 우리들 대부분이 양심 없는 사이코패스가 아니라는 점을 확인해주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적어도 어느정도는 친사회적이다. 신문을 읽어보면 이것이 의심되겠지만 이는 사기, 부패, 살인 같은 드문 일이 뉴스가 되기 때문이다. 친사회적 행동은 매우 일반적이기에 오히려 우리가 알아보지 못하는 것이다.
사회적 딜레마에 처했을 때 97%의 사람들이 자기 이익만 돌보는 ‘변절’전략보다는 ‘협동’전략을 택한다. 물론 친사회적으로 행동하는 데 개인이 치르는 비용이 증가하면 친사회적 행동이 그에 비례하여 감소한다. 많이는 아니고 조금 손해를 보는 경우에 사람들은 친사회적이 될 가능성이 큰 것이다. 그런데 과학적 증거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자신의 양심을 따르고 다른 이들을 돕기 위해서라면 적어도 조금의 희생은 감수하려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렇게 친사회성이 널리 퍼져있다면 투자자들도 배당금이 좀 줄더라도 회사가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일을 덜하기를 바라야 하는 것 아닌가. 실제로 한 연구에 따르면 97%의 주주들이 회사 관리자들이 비주주들의 이익을 웬만큼은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사회적으로 책임 있는 투자’ 펀드(socially responsible investment funds, “SRI funds”)의 인기가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은 주주들의 친사회성을 훨씬 더 직접적으로 말해준다. SRI펀드는 소비자보호, 인권, 환경의 지속 가능성에 찬성하는 회사들에 투자하며 담배, 아동노동, 무기생산을 증진하는 회사를 피한다. 일부 연구에 따르면 SRI펀드는 수행성이 다른 펀드보다 좀 낮다고 하는데, SRI펀드가 돈을 모으는 속도는 제도화된 투자산업 전체보다 훨씬 더 빠르다. 2010년에 모든 전문적으로 관리되는 자산의 12%가 SRI펀드에 의해 관리되었다. 이 이외에도 투자자들의 친사회성은 매해 주주들이 내는, 회사에게 더 책임 있게 행동하라고 청하는 제안들에서 볼 수 있다. <윤리적 사업문화 센터>(Center for Ethical Business Culture)의 2010년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에 선호되는 주제에는 기업의 정치적 기여, 전지구적 노동표준, 기후변화, 지속 가능성이 포함된다.
97%나 되는 사람들이 친사회적이라면 왜 SRI펀드에 더 많은 사람들이 투자하지 않는 것일까? 왜 더 많은 주주들이 회사에 탄소 발자국을 줄이라고 청하지 않는 것일까? 친사회성과 증권 시세 말고는 관심이 없는 주주들 사이의 이 간극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하버드의 법학자 엘로히(Einer Elhauge)의 2005년 논문이 이 문제를 탐구했다. 그는 원래 친사회적이던 사람이 투자자가 되면 자신의 친사회적 성향과 반대로 사회를 돌보지 않는 결정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결론을 내렸다. 여기에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 ① 경영에 관여하지 않는 주주들은 회사의 일상적 업무를 모르기 때문에 기업의 반사회적 행동을 알 수 없고 대응할 수 없다. 심지어 그들이 보는 것은 증권시세이기 때문에 관리자들로 하여금 제3자에게 피해를 주는 일을 더 가능하게 만드는 전략을 택하도록 압력을 가할 수도 있다. ② 투자자들이 양심에 따라 투자를 하더라도 기업 부문 전체의 행동에는 거의 혹은 하나도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증권시장은 친사회적 투자를 좌절시킨다는 엘로히의 결론을 강화하는 다른 데이터도 있다. 이 데이터는 사람들의 친사회적 충동이 사회적인 맥락에 따른다는 것을 보여준다. 즉 사람들은 중고차를 살 때와 같은 상황에서는 순전히 이기적으로 행동하고 결혼식 피로연에 참석할 때와 같은 상황에서는 더 이타적으로 행동한다는 것이다. 이를 ‘지킬-하이드 신드롬’이라고 부를 수 있다.
실험 연구에서 드러난, 지킬(친사회적 성향)과 하이드(이기적 성향)을 불러내는 상황을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지킬 | 하이드 |
1 | 친사회적으로 행동하기를 요청받을 때 | 이기적으로 행동해야 한다는 말을 들을 때 |
2 | 다른 사람들이 친사회적으로 행동한다고 믿을 때 | 다른 사람들이 이기적으로 행동한다고 믿을 때 |
3 | 친사회적 결정이 다른 이들에게 더 큰 혜택을 제공한다고 생각할 때 | 자신의 이기심이 다른 사람에게 별로 혹은 거의 손해를 끼치지 않는다고 생각할 때 |
투자 행위에서 ‘주주 가치의 극대화’는 하이드를 불러내도록 되어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도그마는 주주들로서는 기업이 이해관계자들, 사회 혹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지 않고 증권 가격을 올리라고 관리자들을 압박하는 것이 도덕적으로 정당하다고 가르치기 때문이다. 또한 이 도그마는 이기적인 투자행위가 다른 사람들을 해치기는커녕 ‘기업 거버넌스’를 개선한다고 가르친다.
이런 상황에서는 SRI 펀드를 선택하는 투자자들이 소수인 것이 놀랄 일이 아니라 그런 투자를 하는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현대의 증권시장은 주주 가치 수사(修辭)를 동원하면서 친사회적 투자에 거의 넘기 어려운 장애를 부과한다. 이것이 왜 시에라클럽(the Sierra Club)[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환경보호단체]과 세계야생펀드(World Wildlife Fun)에 기부하는 사람들이 환경을 파괴하는 일로 돈을 버는 석유회사와 벌채회사의 주식을 행복하게 보유하고 있는지를 설명해준다.
이것이 말해주는 것은, 양심 없는 사이코패스가 아닌 사람도 투자결정을 할 때에는 사이코패스처럼 행동한다는 것이다. 조얼 배컨(Joel Bakan)은 자신의 2004년 다큐 <기업>(The Corporation)에서 기업경영자들이 주주 가치를 극대화해야 한다고 믿기 때문에 기업은 ‘사이코패스 조직’이라고 주장했다. 이것이 사실인 만큼은 주주들이 비난을 받아야 한다. 토론토대학 법학과 교수인 리(Ian Lee)는 이렇게 말한다: “만일 기업들이 사실상 ‘병리적인’ 이윤극대화 실행자들이라면, 이는 기업 관련 법 때문이 아니라 주주들로부터의 압박 때문이다.”
일부 주주들은 실제로 사이코패스들일 것이며 그들의 회사가 소비자들을 기만하든 직원들을 해치든 환경을 오염시키든 하등의 신경을 쓰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명백한 증거가 보여주듯이 대다수는 그런 결과를 피하기 위해서 적어도 수익이 조금 감소하는 것을 받아들이는 쪽을 택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연구에 따르면 SRI 투자가 감소시키는 수익은 미미할 뿐이다. 주주 사이코패스는 자연스럽거나 불가피한 것이 아니라 인공물이며 집단행동에의 장애가 주주가치 이데올로기와 결합한 데서 나온 불행한 결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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