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는 medium.com에 실린 나피즈 아메드(Nafeez Ahmed)의 2월 11일자 글 “How the Trump regime was manufactured by a war inside the Deep State : A systemic crisis in the global Deep System has driven the violent radicalization of a Deep State faction”의 주요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저자는 탐사보도 저널리스트이며 공익탐사보도 기획인 “INSURGE intelligence”의 창시자이다.
어떻게 트럼프 정권이 심층국가 내부의 전쟁에 의해 만들어졌나
우선 아메드는 조던 그린홀(Jordan Grenhall)의 견해―이는 “Situational Assessment 2017: Trump Edition”에 제시되어 있다―를 받는다. 그린홀은 트럼프의 당선을 보수주의자가 자유주의자들의 기성 체제에 반란을 일으킨 것으로 본다. 트럼프가 기존의 자유주의 세력을 능가하는 ‘집단지성’의 새로운 전술을 사용하여, 신자유주의적 기업 및 지구화 세력에 맞서는 일국의 쿠데타를 이끌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메드는 이 견해를 전체 그림의 일부만을 포착한 것으로 본다.
트럼프 정권은 심층국가의 외부에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있는 요소들을 동원하여 심층국가를 지배하고 새로운 임무를 위해 강화하고 있다.
트럼프 정권은 기성 체제를 전복시키기 위해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더 광범한 초국적 심층체제의 위기를 인식하고 이 위기에 대처하여 기성 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해서 행동하고 있다.
트럼프 정권은 자유주의적 기성 체제에 맞선 보수주의의 반란이 아니라, 전지구의 엘리트 가운데 특별히 급진화된 백인 민족주의 일파가 이끄는, 현재의 위기를 보수주의와 자유주의의 전장으로서 이데올로기적으로 구축하는 행동이다.
아메드와 그린홀의 핵심적인 차이는, 그린홀이 트럼프 일파를 심층국가 외부에 있는 것으로 보는 반면에 아메드는 트럼프 일파가 심층국가 내부에 있는 것으로 본다는 점이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아메드는 프럼프 일파를 구성하는 주요 인물들을 일일이 거론한다. 이것을 살펴보기 이전에 우선 심층국가(Deep State)란 개념을 설명할 필요가 있다.
심층체제
법의 범위 외부에서 벌어지는 범죄적인 행위를 국가와 연결시키기 위해서 스콧(Peter Dale Scott)이 자신의 책 『심층정치와 JFK의 죽음』(Deep Politics and the Death of JFK,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1996)에서 ‘심층정치’(deep politics)라는 말을 만들어냈다. 스콧은 심층적인 정치 체제 혹은 과정을 제도적·비제도적 단체들, 범죄조직들, 정치가들, 판사들, 미디어, 기업, 주요 정부 관리들이 “법과 사회에 의해 승인되는 절차들의 내부에서만이 아니라 그 외부에서도 이루어지는 의사결정과 집행”에 호소하는 과정으로서 정의했다. “이 보완적 절차들을 ‘심층적인’(deep) 것으로 만드는 것은 그것들이 승인된 정치과정 외부에서만이 아니라 국민에게 알려지지 않은 채로 은밀하게 이루어진다는 사실이다.” 다음은 아메드가 인용하는 스콧의 말이다.
심층정치 분석은 이러한 통제[법 집행자들이 범죄적 지하세계를 통제하는 것―정리자]의 노력이 사실상 범죄자들을 밀고자로 활용하는 데로 이르게 됨을 주목한다. 이런 일이 오랜 시간 동안 지속되면 밀고자들은 범죄 집단만이 아니라 경찰 내에서도 지위를 가지는 이중스파이로 전환되게 된다. 밀고자들과 그들의 범죄를 보호하려다보니 특혜를 베풀고 이익을 주게 되며 결국에는 구조적인 부패를 낳게 된다. ‘조직범죄’ 현상이 일어난다. 즉 더 작은 범죄자들을 밀고하는 데서의 유용함 때문에 경찰이 봐주게 되는 범죄 구조들이 구축되는 것이다.
이는 국가와 범죄의 공생관계를 낳을 수 있다. 외부에서 보면 국가 활동을 조직범죄와 연결시키는 보이지 않는 ‘심층적’ 차원이 출현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 발생하는 것은 국가 자체에 구멍들이 숭숭 뚫리는 것이다. 그 ‘심층적인’ 보이지 않는 측면이 국가를 법 외부에서 활동하는 모든 종류의 사적 개인들과 연결시키는 것이다. 이 개인들은 종종 법 외부에서 혹은 법을 어기면서 활동하려 한다. 혹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법에 영향을 미치거나 법을 왜곡하려 한다. 다음은 아메드의 말이다.
내가 선집 『이중 국가』(Dual State, Rourledge, 2016)에 실린 나의 글에서 보여주었듯이 심층정치에서 가장 이해되지 않고 있는 측면 가운데 하나는, ‘심층국가’가 기업들, 금융제도들, 은행들, 범죄적 기업들을 가로질러 영향력을 행사하는 비국가적이고 종종은 초국적인 방대한 수의 개인들과 본래부터 네트워크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아메드에 따르면 심층체제는 일국에 국한되지 않는다. 자본주의의 지구화는 미국(+영국+서유럽)이 주도하는 초국적 심층체제의 출현을 낳았다. 이 체제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초국적 금융 엘리트는 범죄 네트워크들과 내적으로 엮이게 되었다.
미국이 주도하는 지구화는 국가권력의 범죄화의 새로운 형태들로 가는 길을 열었다. 이는 테러리즘 금융 전문가 로레타 나폴레오니(Loretta Napoleoni)의 보고로 입증될 수 있다. 그녀의 보고에 따르면 미국 정부의 연속적인 금융규제완화로 인해 여러 무장 및 테러집단이 서로 연결되고 조직범죄와 연결되어 약 1조5천억 달러에 달하는 범죄 경제를 발생시키게 되었다. 이 범죄경제는 “불법적 자본도피, 범죄기업으로부터 나오는 이윤, 마약거래, 밀수, 합법적 사업 등”으로 구성되는데, 이는 주류 금융제도들에서의 돈세탁을 통해 재활용되어 서구 경제로 진입한다. 범죄경제는 서구 경제들의 “현금 흐름의 핵심이 되는 중요한 요소이다.”
이 범죄경제의 주된 교환매체가 달러이기에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고 한다. 달러는 세계의 준비통화로 가능하기 때문에, 미국 재무성의 경제력이 범죄거래에 달러를 체계적으로 사용하는 초국적 범죄네트워크에 의존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해외 달러 비축량이 커질수록, 미국 재무성의 수입의 원천이 커진다.
이런 사례들은 미국 심층국가가 전지구적 심층체제의 주요 규제자로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준다고 한다. 이 전지구적 심층체제에서는 겉으로 보기에 합법적인 국제금융 흐름이 초국적 조직범죄, 세계의 화석연료와 원료자원을 통제하는 강력한 기업이익, 그리고 군산복합체의 사유화(민영화)와 점점 더 엮이게 된다는 것이다.
트럼프 일파의 구성
트럼프 일파는 자신들이 위기라고 생각하는 것에 대응하여 이 심층국가를 “재조직하고 재구조화하려는” 세력이며, “미국 행정부들의 연속적인 실패가 유발한 몰락으로부터 심층국가를 구하는 것”을 사명으로 삼은 세력이다.
아메드는 트럼프 일파를 구성하는 세력을 넷으로 분류한다. 그리고 이에 속하는 자들을 일일이 거명하면서 소개한다. [개인들의 인적사항에 지나친 지면을 할애하지 않기 위해서 일부에 대해서만 간단한 설명을 달아놓는다. 물론 아메드의 설명을 압축한 것이다. ―정리자]
① 금융 괴수(怪獸)들.
트럼프 내각 지명자들은 모두 공공부문에서의 경험은 전무(全無)이며 기업 부문에서의 경력만 있다. 억만장자이거나 금융계의 거두들이다.
- 벳시 디보스(Betsy DeVos, Education Secretary)
- 앤드루 퍼즈더(Andrew Puzder, Labor Secretary)
- 윌버 로스(Wilbur Ross, Commerce Secretary)
- 스티브 머누친(Steven Mnuchin (Treasury Secretary)
- 빈센트 바이올라(Vincent Viola, Army Secretary)
- 린다 맥맨(Linda McMahon, Small Business Administrator)
- 게리 콘(Gary Cohn, chief economic advisor and Director of the White House National Economic Council)
- 앤서니 스카라무치(Anthony Scaramucci, 인수위 수석고문)
- 월터 ‘제이’ 클레이턴(Walter ‘Jay’ Clayton, Securities & Exchange Commission)
이들이 미국 노동자들을 대변할 리가 없다. 그들이 가장 잘 아는 것은 미국의 은행과 기업들에 특권을 주려는 목적으로 전지구적 금융에 가해진 규제 제한을 가능한 한 많이 부수는 것이다.
② 화석연료 ‘또라이’들
- 렉스 틸러슨(Rex Tillerson, Secretary of State, 엑슨모빌의 전(前) 회장)
- 릭 페리 (Rick Perry, 전 텍사스 주지사, Secretary of Energy). 그는 현재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Dakota Access Pipeline을 개발한 두 회사(Energy Transfer Partners LP와 Sunoco Logistics Partners LP)의 이사이다.
- 스콧 프루잇(Scott Pruitt, head of the Environment Protection Agency, 전 오클라호마 주 검찰총장). EPA 규제를 약화시키고 전복하려는 연방소송 몇 개를 한 기록이 있다.
- 라이언 징크(Ryan Zinke, Secretary of the Interior, 의원). 청문회에서 기후변화에 주된 원인이 인간의 활동이라는 데 대한 과학적 합의의 정확성을 인정하기를 거부한 바 있다. 과거에는 청정에너지 조치를 지지했으나 2016년 5월부터 태도가 변하여 늘 환경보호 조치에 반대하고 화석연료 사용을 지지하는 쪽으로 표를 던졌다.
- 마이크 카탄자로(Mike Catanzaro, Special Assistant for Energy and the Environment). 석유회사를 위해 기후를 부정하는 로비스트이며, Koch Industries, America’s Natural Gas Alliance (ANGA), Halliburton, Noble Energy, Hess Corporation 및 다수의 회사들을 위해 일한다.
③ 비밀작전 세력
트럼프가 미국 정보세력과 갈등을 일으킨다고 해서 군산복합체와도 사이가 좋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잘못이다. 그의 방위 관련 지명자들과 고문들은 군산복합체 전반에 걸쳐 있다.
- 에릭 프린스(Erik Prince). Betsy DeVos와 남매간이며, 정보와 안보 문제에 관해 트럼프의 고문 역할을 했다. 과거에 Blackwater 라는 보안회사를 창립했으며(17명의 이라크 민간인들을 학살한 이유로 문을 닫았다), 현재 Frontier Services Group라는 보안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미국 군대가 이라크의 석유를 장악하자는 트럼프의 제안을 지지하고 있으며 난민들을 엄하게 단속하기 위해서 사설 방위업체들을 중동과 북아프리카에 점증적으로 배치할 것을 추천하고 있다.
-‘매드 덕’ 제임스 매티스(General ‘Mad Dog’ James Mattis, Secretary of Defense) 5번째로 큰 사설 방위업체인 General Dynamics의 이사였다.
- 마이클 플린(Lieutenant-General Mike Flynn). 2월 13일까지 트럼프의 국가안보고문이었다. 오랫동안 군사정보 및 특수작전 분야에서 일해 왔다.
- 존 F. 켈리(General John F. Kelly, Secretary of Homeland Security). 퇴역한 해병대 장군이며, 중앙 아메리카에서 미국의 군사 작전을 담당했다. 방위업체 로비회사인 Spectrum Group의 부회장이다.
- 제임스 울시(James Woolsey). 전 CIA 국장이며 네오콘의 충실한 일원이다. 인수위의 수석고문이었는데, 지금은 트럼프를 떠났다.
- 조셉 키스 켈로그(Lieutenant General Joseph Keith Kellogg, Chief of Staff and Executive Secretary of Trump’s White House National Security Council). 플린이 떠난 후 그국가안보고문 자리를 맡았다. 부시 행정부가 2003년에 이란을 침범할 때 미국 군대의 최상층 정보테크놀로지 담당자였다.
④ 쿠 클룩스 클랜
악성 백인 민족주의
- 스티브 배넌(Steve Bannon)
- 프랭크 개프니(Frank Gaffney)
- 마이클 라일리(Michael Reilly)
- 제프 쎄션스( Jeff Sessions)
- 켈리앤 콘웨이(Kellyanne Conway)
- 스티븐 밀러(Stephen Miller)
⑤ 구루 집단(이데올로기 제공자들).
- 마이클 앤턴(Michael Anton)
- 루퍼트 머독(Rupert Murdoch)
- 헨리 키신저(Henry Kissinger)
트럼프 일파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트럼프 세력은 위기의 존재를 알고 있다. 그리고 위기의 시기에 심층국가를 구해야 한다는 사명까지도 자각하고 있다. 그런데 자신들의 생각과는 달리 “이들이 실제로 하고 있는 일은 미국 심층국가의 몰락과 전지구적 심층체제의 파열을 가속화하는 것이다.” 이들이 위기의 원인을 잘못 알고 있으며, 따라서 그 해결책도 잘못 되어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세력은 무엇보다도 위기가 전지구적 체제 차원의 것임을 모르고 있다. 예를 들어 무역관계에서 미국을 우선으로 하지 않기 때문에 경제를 회복시키지 못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트럼프의 계획은 기반시설 투자를 증가시켜 국내에서 일자리를 창출하고 더 보호주의적인 무역정책을 펴서 미국 산업과 제조업을 보호하는 것이다.
이들은 오바마식 정책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오바마는 백만 개 이상의 새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성공했지만 노동계급및 중간계급의 구매력은 증가하지 않았으며 실질적으로는 감소했다. 빈곤율은 2015년에는 1.2% 감소했지만 2007년 이래 가난한 미국인들의 수는 38000만 명에서 4310만 명으로 증가했다. 이런 문제는 체제 차원의 것이기 때문에 오바마의 능력으로는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아메드는 체제 차원의 위기를 알려주는 지표로 EROI(Energy Return on Investment)를 참조한다. EROI는 자원에서 추출하는 에너지의 양과 추출하는 데 사용되는 에너지의 양의 비율이다. 1930년대에는 EROI가 100이었는데, 1970년대에는 30으로 떨어졌으며, 지난 30년 동안 미국 석유의 EROI는 수직으로 추락하여 10이나 11 정도가 되었다. EROI 측정을 창안한 뉴욕주립대학의 찰스 홀(Charles Hall)에 따르면 전지구적인 순에너지의 감소가 전지구적인 경제악화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다. 생산과 소비에 에너지가 필요하고, 생산과 소비를 증가시키는 데는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에너지가 줄어들면, 경제성장은 있을 수 없다.
이는 또한 전지구적인 불평등과 전지구적인 가난의 증가와도 관계가 있다. 심층국가의 자칭 자유주의 일파는 자본주의적 성장이 1990년대 이래 전지구적인 가난을 반으로 줄이는 데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 이 성공률은 하루 1.25달러라는 세계은행의 극빈 기준치를 따른 것인데, 이는 너무 낮은 기준이다. 더 현실적인 기준은 하루 5달러에서 10달러 사이이다. 세계은행의 데이터에 의하면 1990년 이래 하루 10달러 미만으로 사는 사람들의 수는 25% 증가했으며 5달러 미만으로 사는 사람들의 수는 10% 증가했다. 오늘날 세계 인구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43억 명의 사람들이 하루 5 달러 미만으로 산다. 진보의 시대에 가난이 심화된 것이다.
문제는 부가 가장 집중된 중심지들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2016년 현재 유럽의 GDP 는 10년 동안 정체하고 있다. 미국은 경제성장률이 1.1%인데 이는 인구증가율과 거의 같다. 찰스 홀에 따르면, 이는 미국에서 ‘1인당 부’의 평균적인 증가가 일어나지 않고 있음을 말해준다.
마치 경제성장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은 외양을 유지하는 데 사용되는 것이 부채 메커니즘이다. 전지구적 부채의 확대는 현재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수준보다 높다. 앞으로 금융위기가 올 가능성이 증가하고 있다. 현재까지 경제로부터 쥐어짜낸 밋밋한 성장이란 것이 에너지의 면에서나 환경 면에서나 지속 불가능한 미래로부터 빌려온 것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부채에 의한 성장’ 메커니즘은 석유산업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여기에는 2조 달러의 부채가 쌓여있다. 이는 이 산업이 부채를 상환할 만한 기금을 발생시키기에 충분한 이윤을 남기지 않음을 말해준다.
심층국가의 친트럼프 일파든 반트럼프 일파든 이러한 점증하는 위기가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하는 전지구적인 순에너지 감소에 기인한다는 사실을 부정하고 있다. 체제 차원의 근본적인 위기에서는 기존의 규범과 가치가 중심에서부터 흔들린다. 이는 새로운 일단의 규범과 가치를 재구축하려는 노력을 발생시킨다. 그런데 이런 노력을 하는 사람들이 체제 차원의 위기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위기에 대한 진단이 부정확하다면, 새로운 구축작업이 엉뚱한 곳에 잘못을 전가하여 타자화(Otherization)를 낳을 수 있다.
트럼프 세력은 과거의 일을 완전히 하지 못해서 문제가 생겼다고 본다. 화석 연료를 충분히 발굴하지 못한 데 문제가 있다고 보고, 금융체계에 규제가 너무 많아서 문제라고 보며, 비(非)미국인들― 무슬림, 이주자들, 라티노들, 흑인들―에게 경제적으로 잘 해줘서 문제라고 본다. 이들은 화석연료 산업의 구조 자체나 부채가 만연한 기생적 전지구적 금융체계 자체에 문제가 있음을 보지 못한다.
트럼프 세력과 이들의 반대 세력인 자유주의자들의 차이는, 전자는 이전과 같은 방식의 사업이 가져오는 성장(business-as-usual growth)이 우선 미국에 의해 독점되어야 한다고 믿는 반면에 후자는 이전과 같은 방식의 사업(business-as-usual)이 저절로 지속적인 성장을 가져오리라고 믿는다는 것이다. 둘 다 심각한 이데올로기적 오류를 지니는데, 후자(자유주의 세력)의 실패가 전자의 급진화를 촉진했다.
트럼프 세력은 자유주의 패러다임의 도덕적·이데올로기적 파산과 기성 보수주의의 실패만을 보는 협소한 시야를 가졌다. 트럼프가 제안하는 프로그램은 자유주의와 보수주의 모두에 대한 전쟁이다. (트럼프는 이런 협소한 시야로 자신을 일종의 미국의 메시아로 본다.) 국내 경제에 대해 트럼프는 다음과 같은 계획을 가지고 있다. ① 남은 화석 연료 자원에 대대적으로 투자한다. ② 여기서 수입을 발생시켜 1조 달러 기반시설 투자에 돈을 댄다. ③ 동시에 미국 제조업 재활성화에 다시 초점을 맞춘다. ④ 이 모든 것에서 수백만 개의 새 일자리가 생긴다.
외교 영역에서 트럼프는 소련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중국과의 관계를 약화시키려 한다. 테러와의 전쟁 외국판에서는 이란의 영향력 확대를 예전 수준으로 낮추려 하고, 테러와의 전쟁 국내판에서는 점증하는 ‘쓸모없이 입만 달린 자들’(‘useless eaters’), 비백인 타자들을 엄하게 단속한다. 트럼프는 위기의 원인을 오히려 위기의 피해자들에게 전가한다.
그러나 이런 계획이나 조치들이 효과적으로 작동하지 않을 것임은 물론이요, 오히려 위기를 더 고조시킬 것이라고 아메드는 말한다. 열심히 석유를 찾아 천공한다고 순 에너지 감소가 해결되는 게 아니다. 오히려 감소가 가속화된다. 또한 트럼프의 계획은 부채 상황을 더 악화시킬 것이다. 세계 질서가 더 불안정해짐에 따라 기후변화가 더 가속될 것이며, 트럼프가 공격의 강도를 높일수록 미국의 실질적인 국가안보는 하강할 것이다. 그러면 트럼프는 자신의 실패를 ‘미국이 위대해지는 것을 막는’ 타자들을 비난하는 데 쓸 것이다.
미래
트럼프는 미국의 구조적 파열의 원인이 아니라 징후이다. 트럼프를 물리친다고 해서 그 세력이 약화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트럼프 국면을 지탱하는 사회적 기반은 쇠퇴하고 있다. “우리는 트럼프 일파 뒤에서 반동적 사회적 힘들의 단말마를 목격하고 있다.” 출구 조사 결과는 18-29세의 젊은이들 가운데 37%만 트럼프에게 투표했음을 보여준다. 55% 이상이 클린턴에게 표를 던졌지만, 민주당에 표를 던졌을 거의 1백만 명에 육박하는 많은 수의 젊은이들이 투표장에 나가지 않았다. 클린턴도 별로 마음에 안 들었던 것이다. 밀레니얼 세대 10명 당 1명의 표는 제3당에게로 갔다. 아직 얼마 안 되는 숫자이지만 지난 선거에 비하면 3배 높은 것이다. 이런 증가율이면 밀레니얼 세대의 제3당 후보로의 지지 이동은 민주당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
트럼프 세력의 기반은 해마다 감소한다. 공화당 전략가인 에반 씨그리드(Evan Siegfried)에 따르면 “백인들은 4년마다 2% 감소하고 있다. 대학에서 교육을 받지 않은 백인 인구는 4% 감소하고 있다.” 트럼프의 승리는 밀레니얼 세대와 소수자들이 투표장에 나오지 않도록 한 데서 왔다는 것이 씨그리드의 주장이다. 후보인 클린턴의 문제도 있다. “클린턴은 분명 월가 및 심층국가와의 연관으로 완전히 더럽혀진, 영감을 전혀 주지 못하는 후보였다.” 2016년에 이르는 인구 동학을 본 민주당은 클린턴의 승리는 불가피하다고 믿었다. 그러나 이들의 믿음은 현실과 어긋났으며, 앞으로의 미래는 공화당에게만이 아니라 민주당에게도 회의적이다.
오늘날 트럼프 정권의 구성은 클린턴의 패배가 심층국가의 패배가 아님을 증명해준다. 진짜 문제는 미국 선거가 심층국가 자체 내에서의 정권교체를 반영한다는 점이다. 심층국가의 한 부분이 다른 부분과 전쟁을 벌이는 것이다. 양쪽 모두 자신들은 책임이 없다고 하면서 상대를 비난한다. 한 쪽은 낡은 패러다임의 시장에서의 몫을 늘리려고 한다. 화석연료의 생명력을 연장하고 약탈적인 자본에게 규제완화를 안겨준다. 대부분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자들이지만, 일부는 환경위기와 자원 희소성이 가져오는 위험을 인식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여기에 민족주의적으로 대응하려고 한다. 미국 심층국가를 단단히 하는 것. ‘미국의 방비를 튼튼히.’
다른 한 쪽은 테크놀로지 발전이 다 해결해주리라 믿으면서 이전과 같은 방식의 사업과 추출을 통한 부단한 성장이 계속되도록 허용한다. 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고 소수의 금융가들을 부유하게 해줄 수 있으며 그것이 흘러넘칠 것이고 선별적 규제와 박애정신으로 테크노크라트들이 좀 만지작거리면 나머지 사람들에게 이익이 돌아가리라는 것이다.
양쪽 모두 자신들이 죽어가는 낡은 산업적·신자유주의적 패러다임에 갇혀 있음을 알지 못한다. 인습화된 공화당 및 민주당 전략들은 실패했음을 알지 못한다. 체제 차원의 위기라는 현실을 알지 못하면 점전 현실에 부적절해지게 될 뿐이다.
그런 경우 정치는 지극히 양극화될 것이다. 공화당은 백인 민족주의 지지층을 단단히 확보하려 할 것이고, 민주당은 기성 체제에 찌든 근시안으로 인해서 진정한 비판적 목소리로서의 신뢰성을 계속 잃을 것이다.
그러면 이와 다른 시나리오는 무엇인가?
두 당에서, 제3 당들에서, 그리고 시민사회 전역에 걸쳐 여러 수준에서 행동하는 사람들이 트럼프 국면을 제대로 보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러면 보수주의와 자유주의 모두 체제 차원의 전지구적 위기에 의해 파열되고 있음을 깨달을 것이다. 심층국가가 전지구적 위기에 의해 파열되고 있음을 깨달을 것이다. 트럼프는 단지 파열을 막기 위해 심층국가의 한 측에서 보이는 노력일 뿐임을 깨달을 것이다. 그리고 심층국가의 다른 측의 실패가 바로 이러한 사태를 가능하게 했음을 깨달을 것이다.
아메드는 다음과 같이 글을 맺는다.
이 시나리오에서는 밀레니얼 세대가 가진 현재의 정치적 경향이 앞으로 정치가 나아갈 새로운 길의 가능성을 열어준다. 새로운 국면으로 이행하는 전지구적 체제의 새로운 동학에 따라 자신들의 당, 조직, 패러다임을 다시 구축하는 것이 그것이다. 탄소를 넘어서, ‘부단한 성장’을 넘어서, 대중소비주의를 넘어서, 좌·우, 흑·백, 국내·해외로 구성되는 상투적 양극성을 넘어서, 그리고 민중과 지구에 봉사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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