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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비판, 변형, 사유 * 아래는 1981년 미떼랑(François Maurice Adrien Marie Mitterrand)의 프랑스 대통령 당선 직후 에리봉(Didier Eribon)이 프랑스 일간지 에 싣기 위해 푸꼬와 나눈 대담의 일부를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 디디에 에리봉이 정부와 함께 작업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말씀인가요? 미셸 푸꼬우리는 찬성과 반대의 양자택일이라는 딜레마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요컨대 대면하면서 자신의 입장을 유지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정부와 함께 작업하는 것은 종속도 아니고 총체적 순응도 아닙니다. 정부와 함께 작업하면서도 말을 안 들을 수 있습니다. 사실 저는 양자가 병행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에리봉그럼 ‘비판자 미셸 푸꼬’ 이후에 이제 ‘개혁주의자 푸꼬’를.. 더보기
리얼리즘론 이후와 보그다노프의 조직학 * 2017년 10월 13일 제10회 임화문학 심포지움에서의 발표문 ================ 리얼리즘론 이후와 보그다노프의 조직학 이 발표문은 완결된 형태의 글이 아니라 발표의 편의를 위해 작성된 문서입니다. 그리고 학문적 성취의 발표라기보다는 어떤 발견을 공유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그다지 길지 않으리라고 예상되는 발표 시간을 잘 활용하기 위해서 가급적 많은 내용을 본문보다는 각주에 넣어서 그때그때 여유가 있으면 다루고 아니면 나중에 읽으실 수 있도록 하려했는데, 작성하다보니 본문 자체가 길어져서 본문을 다 읽지도 못할 것이 틀림없습니다.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각주든 본문이든 발표 시에 다루지 못한 부분을 나중에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시간 때문에 중간중간 쥐파먹듯이 해야 하는 발표가 좀 어지럽더.. 더보기
보그다노프, 노동자가 물려받은 예술 유산 * 아래는 1924년 보그다노프가 쓴 글 "The Workers’ Artistic Inheritance"(1924)를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Source: The Labour Monthly, September 1924, Bogdanov, pp. 549-597;CopyLeft: Creative Commons (Attribute & ShareAlike) marxists.org 2004.https://www.marxists.org/archive/bogdanov/1924/artistic-inheritance.htm이 글의 『햄릿』비평과 관련하여 http://minamjah.tistory.com/127의 '붉은 햄릿' 부분도 참조하라.모든 강조는 옮긴이의 것이다.==================== 노동자가 물려.. 더보기
보그다노프의 1911년 글 * 아래는 보그다노프가 1911년에 쓴 짧은 글 “Socialism in the Present Day”을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폴란드어판을 영어로 옮긴 텍스트를 옮겼다.) 1917년 혁명이 일어나기 6년 전, 1909년 볼셰비끼에서 추방된 지 2년 후에 쓴 이 글의 내용으로 미루어 1917년의 10월 혁명에 대한 보그다노프의 태도를 대략 짐작할 수 있다. ‘정치의 우선성’을 내세우는 레닌과 달리 보그다노프는 새로운 삶형태의 조직화에서 문화가 가진 중요성을 내세운다. 보그다노프는 10월 혁명의 부족함을 ‘프롤레타리아 문화’를 구축함으로써 보완하려고 했으나 실패했다. (보그다노프는 1909년에 볼셰비끼에서 축출되었기 때문에 10월 혁명의 방향에 대한 견해와 무관하게 혁명과정에 아예 참여할 수 없었다.) .. 더보기
보그다노프, 객관성 * 아래는 보그다노프의 『살아있는 경험의 철학』(The Philosophy of Living Experience) 가운데 6장 3절 「객관성」을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객관성은 사회적 주체로부터 분리된 어떤 것이 아니라 사회적 주체의 실천에 기반을 두고 구성된다는 취지의 글이다. 단편적이지만, 이 글이 가지는 의의를 알 수 있으려면 조금 설명이 필요할 듯하다. 주객분리를 전제하고, 주체로부터 독립한 객체를 전제하며, 진리의 기준을 주체와 무관한 객관적 법칙에 두는, 요컨대 주체(맑스의 ‘산 노동’)를 객체(맑스의 ‘죽은 노동’ 즉 자본)에 종속시키는 사고방식은 이제 이 사고방식의 오랜 요새였던 자연과학에서조차 추방되었다. 슈뢰딩거에 의하면 그리스 시대부터 자연과학을 장악한 이 사고방식은 뉴턴 물리학을 지.. 더보기
푸꼬, 주체와 진실의 관계 * 다음은 푸꼬의 일련의 꼴레즈 드 프랑스 강의 중 맨 마지막 강의(1984년 3월 28일)에서 강의안에는 있으나 강의를 하지는 못한 부분을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진실의 용기』(Le Courage de la Véité), 309-11(영어본 The Courage of truth 338-340)에 각주로 달려있다. 푸꼬의 문제의식을 압축적으로 제시한 매우 중요한 대목이다 ― 옮긴이. =============================== 주체와 진실의 관계 (가) 고대에서의 주체와 진실의 관계 연구. 더 정확하게는 고전 그리스에서 우리가 후기 고대라고 부르는 시기 혹은 기독교의 출발까지 걸쳐있는 긴 기간이 대상. 여기서 문제는 철학사가들에게 친숙한 사건―존재와 진실의 관계가 형이상학의 방식으로 정의된.. 더보기
Molecular Red의 「결론」 부분의 일부 내용 정리 * 아래는 McKenzie Wark, Molecular Red의 「결론」 부분의 일부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서구 맑스주의와 비판이론(critical theory)은 현실의 문제와 대면하지 않는 위선적 이론(hypocritical theory)이 되었다. 위선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일련의 관점 전도가 필요하다. 1) 부르주아적인 것에서 프롤레타리아적인 것으로 (from bourgeois to proletarian)위선적 이론은 자기 계급의 아름다운 것들, 부르주아적인 것들과 사랑에 빠져 있다. 지도자들을 물신으로 만들고 레닌과 모택동을 우상화한다. 노동자들에 대해서 말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대표자들만을 다루고 싶어 한다. 혹은 지난 부르주아 문화의 폐허 안에서 머물 변명거리를 찾는다. 바그너, 헤겔, 말.. 더보기
Molecular Red, 서문 정리 Molecular Red: Theory for the Anthropocene by McKenzie Wark 서문 시대마다 다른 방법이 요구된다. 지구가 모든 것이 상품화된 (늘 확대되는) 세상에 제한을 가하기 시작하는 이 순간을 선사(pre-history)의 끝이라고 말해보자. 이는 몇몇 사람들이 인류세(Anthropocene)라고 부르는, 세계관의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시대이다. 우리의 유적 존재(species-being)의 삶에서 가장 커다란 가속화 가운데 몇몇이 유례없는 규모로 일어난 것이다. 인류세(Anthropocene)는 우리가 살고 있는 지질학적 시기를 지칭하는 이름으로서 파울 크뤼천(Paul Jozef Crutzen)―네덜란드의 대기과학자 ―이 제안한 것이다. 크뤼천에 따르면 현재 지구 표면.. 더보기
노동의 관점과 텍톨로지--알렉산드르 보그다노프05 교환 수혈 1921년에 Essays in Tektology가 나왔을 때 보그다노프의 위치는 불안정했다. 부하린은 명령을 받고 그를 글로 공격했다. 보그다노프의 친구인 레오니드 크라신(Leonid Krasin)은 보그다노프가 다치지 않게 런던으로 일을 맡겨 보냈다. 런던에 있으면서 보그다노프는 수혈에 대한 최신 이론과 기술을 접했다. 이는 보그다노프에게 오랫동안 관심의 대상이었던 것이었다. 그의 『붉은 별』의 화성인들은 이를 행하고 있었다. 그는 런던에서 돌아오자 이를 실험하기 위해서 소수로 구성된 비밀그룹을 만들었다. 1923년 그가 체포되었을 때 그는 반대파 그룹인 (Worker’s Truth)의 주동자로 몰렸다. 그의 글들이 그런 그룹들에게 영향을 미쳤을지는 모르지만, 그는 자신의 관련을 모두 부인했.. 더보기
노동의 관점과 텍톨로지 -- 알렉산드르 보그다노프 04 은유 기계로서의 텍톨로지 텍톨로지의 핵심에 놓여있는 개념들 : enviromment(환경), conjunction(접합), linkage(연결), ingression(이입), disingression(탈이입), boundary(경계), crisis(위기), selection(선택,) equilibrium(평형), egression(초범), degression(하강). 항상 환경이 존재한다. 보그다노프는 처음에는 설명을 단순화하기 위해서 환경을 괄호에 넣는다. 그래서 주된 용어는 ‘접합’이 된다. 체계들이 서로 작용하고 융합하고 파괴하는 일이 일어나기 전에 우선 체계들 사이의 접합이 있어야 한다. 체계들은 주변에서 서로 엮인다. 완전히 괴리된 것이란 없다. 이것이 보그다노프의 일원론의 기본적 입장이다. 경..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