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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력의 관점에서 세상보기

‘십오 소년 표류기’ 6 ‘십오 소년 표류기’ 6 이야기 만들기로서의 혁명 판을 넘어가는 일의 발생, 즉 사건을 구성하는 것은 이야기 만들기이다. 새로운 공재의 평면의 구성, 즉 진정한 의미의 변혁은 그 시초에 새로운 이야기의 형태로 존재한다. 들뢰즈(와 가따리)가 이야기 만들기의 중요성에 대해서 말한 곳이 없지 않지만 이야기 만들기를 정치철학적 주제로 최초로 명시적으로 정식화한 것은 아마도 네그리일 것이다. 그는 감옥에 갇혀있던 1988년에 쓴 한 편지에서 이렇게 말한다. 그러나 운동은 이야기이며 미래의 사건은 이야기에 의해 구성됩니다. 혁명적 사건의 위기는 혁명적 이야기의 몰락과 연관되어 있으며 오직 새로운 이야기만이 혁명적 사건 자체는 아닐지라도 혁명적 사건의 사유 가능성을 결정할 수 있습니다.(···)사건이 이야기를 향해.. 더보기
‘십오 소년 표류기’ 7 ‘십오 소년 표류기’ 7 [앞붙임]글의 흐름상 ‘이야기하기로서의 혁명’을 다루는 ‘십오소년 표류기 6’이 먼저 나가야 하는데 6이 조금 덜 완성이 되어서 (사실 ‘완성’이란 것은 없지만) 7을 먼저 내보내기로 했다. 아무래도 ‘대학’ 문제에 관한 내 생각을 먼저 내보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나는 운이 좋아서 일찍이 1985년에 교수가 되었는데, 처음에는 교수 생활을 오래 하리라는 생각이 없었다. 오히려 세상을 바꾸는 다른 일을 하기 전에 잠깐 있게 되겠지, 라는 생각이었다. 물론 이는 명확한 형태로 존재하는 생각이라기보다는 막연히 혹은 암묵적으로 존재하는 생각이었다. 규칙적인 출퇴근을 자랑하는 회사들에는 ‘죽어도’ 들어가기 싫었기 때문에 대학에서의 비교적 자유로운 생활은 결코 나쁘지 않았다. 그.. 더보기
‘십오 소년 표류기’ 5 ‘십오 소년 표류기’ 5 “아까와는 다른 시간”삶정치적 지성이 기반을 두는 시간성은 들뢰즈가 『차이와 반복』에서 말한 시간의 셋째 종합으로 설명될 수 있다. 시간의 첫째 종합은 ‘습관’을 구성한다. 이는 시간의 용어로는 ‘살아있는 현재’를 구성하는 종합이다. (습관은 어디에 저장되어 있는 것을 끌어왔을 때 비로소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때그때 바로바로 작용한다.) 시간의 둘째 종합은 기억을 구성한다. 이는 시간의 용어로는 ‘순수 과거’를 구성하는 종합이다. 삶정치적 지성과의 관계에서 가장 핵심적인, 시간의 셋째 종합은, 들뢰즈가 쓴 용어로는 ‘망각’을 구성한다. 그것은 시간의 용어로는 ‘절대적으로 새로운 것’으로서의 ‘미래’를 구성한다. 과거와 현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여기서는 과거와 현재가 .. 더보기
'십오 소년 표류기' 4 ‘십오 소년 표류기’ 4 경험의 차원을 넘어가기2 삶정치적 지성의 관점에서는 아름다움이란 것이 지성을 필연적으로 함축한다는 사실은 우리로 하여금 철학을 다시 돌아보게 한다. 철학이 사유와 특권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는 생각은 파리 쫓듯 치우더라도, 탁월한 철학들이 사유의 탁월한 사례들에 속한다는 점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물론 어떤 철학이 ‘탁월한’ 철학이냐가 문제다. 삶정치적 지성의 관점에서 진정한 의미의 사유하기란 차이를 사유하는 것, 새로움을 사유하는 것, (앞에 나온 말을 빌자면) ‘초과’를 사유하는 것이다. 이것을 경계로 철학들이 갈린다. 들뢰즈는 차이를 사유하려고 한 철학자 가운데 한 명이다. 그의 『차이와 반복』은 바로 이 목적에 본격적으로 바쳐진 저작이다. 이 책의 영어판 서문에서 들뢰즈는 “.. 더보기
‘십오 소년 표류기’ 3 ‘십오 소년 표류기’ 3 초과로서의 아름다움 앞에서 “살아있는 모든 것에는 어떤 불규칙성들과 부족함들이 있는데, 이는 삶의 표시일 뿐만 아니라 아름다움의 원천이다”라는 러스킨의 말을 인용한 바 있다. 여기에 삶정치적 지성의 관점에서 아름다움이란 과연 무엇인지가 암시되고 있다. 이것이 명확하게 표현된 사례 가운데 하나가 네그리의 『다중과 예술』이다. 여기서 네그리는 ‘초과’(excedence)를 아름다움을 구성하는 핵심적인 요소로 꼽는다. 그러므로 아름다움이란 새로운 존재이고 집단적 노동을 통해 구축되는, 노동의 창조적 활력에 의해 산출되는 초과입니다. 아름다운 사건을 결정하는(낳는) 이 생산, 아름다움의 이러한 생산이 바로 명령으로부터 해방된 노동입니다. 이 노동은 추상적이며 추상적일수록 존재의 초과를 .. 더보기
‘십오 소년 표류기’2 ‘십오 소년 표류기’2 경험의 차원을 넘어가기아마 문학은 경험의 차원과 연관되고 철학은 경험을 넘어서는 차원(‘구름 잡는 이야기’의 차원?)과 연관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문학 활동을 하는 사람들 가운데에서도 문학이 경험을 원천으로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 있을 것으로 안다. 사실 비교적 긴 문학비평의 역사에서는 이미 판정이 나있다. 예컨대 개인이 자신의 개인적 경험을 말하는 데 그친 소설을 ‘사(私)소설’이라고 한다. 더 넓히면 ‘사문학’이다. 물론 정신세계의 크기가 자신의 개인적 삶의 좁은 틀을 아직 넘어가지 못한 작가들이 낳은 열등한 부류의 문학이다. 저널리즘이 어떤 소설의 어떤 등장인물은 작가의 몇 번째 애인이었다느니 어쩌느니 하는 식으로, 사문학적 측면에 (지저분하게.. 더보기
‘십오 소년 표류기’ ‘십오 소년 표류기’―‘삶정치적 지성’에 관하여 『십오 소년 표류기』어린 시절에 푹 몰입해서 읽은 책은 상당히 오래 영향을 미친다. 물론 디테일이 기억에 오래 남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디테일은 기억으로 희미할지라도 다른 방식으로 정신(혹은 영혼?)과 몸에 지속적으로 그리고 심지어는 점증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이는 마치 내가 맛있게 먹은 음식에 대한 상세한 기억은 사라지더라도 그 음식이 소화가 되어 나의 몸의 일부가 되거나 나의 행동의 일부가 되고 그 몸과 그 행동이 차후의 나의 존재의 생성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과 유사하다. 그에게 이와 같은 방식으로 영향을 미친 작품 가운데 하나가 『15소년 표류기』이다. 이 소설의 디테일에 대해서 지금 그에게 기억나는 것은 별로 없다. (필시 각색했을.. 더보기
중검(重劍) 익히기 중검(重劍) 익히기 검에 마음을 실으면 살검(殺劍)이 활검(活劍)이 되고 말에 마음을 실으면 사랑으로 가는 길을 연다. 무협소설에 보면 검을 운용하는 방식이 중검, 쾌검(快劍), 환검(幻劍)으로 크게 나뉜다. 내가 보기에 이 셋 가운데 최고는 단연 중검이다. 중검은 검에 기를 싣는 검법이다. 기는 마음이 가는 곳을 따르니 기를 검에 싣는다 함은 곧 마음을 검에 싣는 것이다. 그러니 무거운 듯하지만 마음의 속도만큼 빠르고, 변화가 없는 듯하지만 마음만큼 많은 변화를 품을 수 있다. 중검의 단순함은 수많은 빛깔들이 모여 흰빛이 되는 것과 같다. 태극권에는 ‘뜻’[意]으로 치라는 구결이 있는데 원리가 같은 것이다. 마음을 실은 검은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검사의 몸과 마음의 일부이다. 그래서 ‘검아일체’(劍我一.. 더보기
권력의 '벡터'적 성격에 관하여 권력의 뿌리를 뽑기― 권력의 ‘벡터’적 성격에 관하여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한다. 그러나 천지불인(天地不仁), 돕는 하늘이란 없다.스스로를 돕는 우리 자신만이 있다. 아니, 우리가 바로 하늘이다. 메켄지 워크(McKenzie Walk)는 그의 『해커 선언』(A Hacker Manifesto, Harvard University Press, 2004)에서 새로운 지배계급으로 ‘벡터 계급’(the vectoralist class)을 포착해낸다. 그에 따르면 벡터 계급은 자본가 계급보다 더 나아간 지배계급, “우리 시대에 새로 출현하는 지배계급이다.” 이 벡터 계급을 이해하려면 벡터가 무엇인지를 이해해야하고 추상이 무엇인지를 이해해야 한다. 기본 아이디어는 이렇다. 토지는 자연 사물 그 자체로는 움.. 더보기
들뢰즈, 심판의 종식을 위하여 [활력의 관점에서 세상을 보기4] “Pour en finir avec le jugement”(「심판의 종식을 위하여」)Gilles Deleuze, Critique et Clinique 영어본"To Have Done with Judgment" Gilles Deleuze, Essays Critical and Clinical * 내용을 이해하기 위한 매우 거친 번역입니다. 누락된 부분도, 오류도 많을 겁니다;;; 내용 파악용으로만 활용하세요. 주요 용어나 어구에 원어(프랑스어)를 병기합니다. 프랑스어 원본을 기준으로 하고 영어본을 참조했습니다. 그리스 비극에서부터 근대 철학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거대한 심판(jugement)의 교설이 다듬어지고 발전되었다. 비극적인 것(Ce qui et tragique)은 행동..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