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는 데이빗 볼리어의 블로그의 2016년 10월 5일 게시글 “John Thackara’s Intimate Tour of the Emerging New Economy”를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데이빗 볼리어의 블로그의 글들은 별도의 표시가 없는 한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3.0 License가 적용된다.
존 새커러의 밀착여행 ― 새로 출현하는 경제
새롭고 우애로운 세계 질서의 건설―이는 무엇보다 ‘새로운 경제’, ‘대(大) 이행’, ‘대(大) 전환’ 등의 용어들로 알려져 있는 과제이다―에 초점을 둔, 새롭게 싹이 트는 장르의 책들 가운데 존 새커러(John Thackara)의 새 책이 두드러진다. 그의 『다음 경제에서 어떻게 번영할 것인가―내일의 세계를 오늘 설계하기』(How to Thrive in the Next Economy: Designing Tomorrow’s World Today)는 견고한 연구에 바탕을 두었고 실용성에 초점을 두며 양식 있는 차분한 음조의 책이다. 친절한 개인적 어조로 쓰인 이 책은 설득력 있고 영감을 준다. ‘찾아서 읽으시오!’라는 말 이외에 다른 추천사가 필요 없다.
탈자본주의 세계를 상상하는 그토록 많은 대담한 책들이 화려한 이론화와 도덕적 충고에 빠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그것은 우리의 병적인 근대의 형이상학적·역사적 뿌리를 찾아내려는 (이는 이해할만하다) 분야의 직업상의 위험이다. 비판은 비판이고, 새로운 세계의 창조적 건설은 이와는 별개의 것이다.
바로 이 때문에 나에게 새커러의 책은 매운 신선하게 다가온다. 영국의 디자인 전문가이며 프랑스 남서부에 사는 이 사람은 생태적으로 지속 가능한 미래의 설계(디자인)와 작동이 실제로 어떤 것인지를 밀착해서 보고 싶어 한다. 그는 또한 “일을 다르게 하려면 다르게 볼 필요가 있다”라는 자신의 모토에 따라서 심층적인 관점을 제공할 만큼 충분히 사색적이기도 하다.
『다음 경제에서 어떻게 번영할 것인가』는 ‘부단한 성장의 이름으로 자연을 먹어치우는 경제로부터의 탈출구는 없는가?’라는 질문에 답을 찾는다. 짧은 대답은 ‘있다!’이다. 탈출구는 존재한다. 새커러가 우리에게 보여주듯이, 더 책임감 있고 공정하며 활기를 북돋는 방식으로 우리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법을 입증하는 수십 개의 빛나는 실험적 사례들이 세계 전역에 존재한다.
그는 우리의 손을 잡고 진행 중인 매우 다양한 모범적 사례들을 보여준다. 우리는 토양을 마치 살아있는 생물체처럼 취급함으로써 치유하는 법을 발견하고 있는 과학자들과 농업가들을 소개받는다. 도시 수문학(水文學)을 다시 사고하면서 저수지나 하수도 같은 고(高)엔트로피 해결책들에서 더 작은 규모의 지역화된 해결책들로 옮겨가고 있는 도시계획가들을 만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도로의 포장을 벗기고 퍼머컬처, 정원들, ‘꽃가루 나르미 길’(pollinator pathways)(pollinator pathways), 그리고 비공식적인 식품체계를 도시에 도입하려고 시도하는 바이오지역주의자들(bioregionalists)도 있다.
[옮긴이]
▷ 수문학(水文學, hydrology)이란 지구상의 물의 순환을 대상으로 하는 지구과학의 한 분야로 주로 육지에 있는 물의 순환 과정보다 지역적인 물의 방향·분포·이동·물균형 등에 주목적을 두고 연구하는 과학이다.― 한글 위키피디아 참조
▷ 바이오지역주의(Bioregionalism)는 생태지역(ecoregion)과 유사한 ‘바이오지역’(bioregion)이라고 불리는 지역에 기반을 둔 일단의 정치적·문화적·생태적 견해들을 가리킨다. 바이오지역은 물리적·환경적 특징들을 통해 정의되는데, 이 특징들에는 분수령 경계들, 토양, 지형이 포함된다. ― 영어 위키피디아
▷ ‘꽃가루 나르미 길’(pollinator pathways)은 미국 시애틀에서 새러 버그먼(Sarah Bergmann)에 의해 처음 시작되었다. 꽃가루를 나르는 곤충이나 새가 좋아할 3미터60센티 넓이의 정원을 주택 앞의 길을 따라 1마일 길이로 만든 것이다. 이런 곳이 60개나 기획되었다. 이는 ‘인류세’라고 불리는 시대에 생태계 및 도시와 우리의 관계를 다시 상상하고 다시 디자인하는 기획이다. http://www.pollinatorpathway.com/
‘나르미’는 우리말 사전에 없는 단어를 옮김의 편리를 위해 사용한 것이다.
우리는 또한 ‘사회적 농업’의 멋진 실험들에 대해 알게 된다. 이 실험들은 지혜로운 새로운 사회적 체계들, 생산 가치사슬(production value-chains) 그리고 조직 디자인을 통해 식품을 커먼즈(공통재)로 취급하려는 시도들이다.
[옮긴이]
▷ 가치 사슬(value chain)은 특수한 산업에 종사하는 한 회사가 시장에 가치 있는 생산물이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 수행하는 일련의 활동들을 가리킨다.
캘리포니아 프레즈노의 푸드커먼즈(Food Commons)는 한 지역에서 농장을 식품점 및 음식점과 연결시키는 방법을 다시 상상하려는 대담한 시도이다. 식량을 경제적 상품 이상의 것으로 보는, 체계 전체를 고려하는 접근법(whole-system approach)을 고안하겠다는 것이 그 아이디어이다. 그럴려면 농업 공동체들, 지역 주민들, 토지, 분수령, 생물다양성의 이익을 하나의 상호연관된 네트워크 안에 정렬하는 통합된 사회체계가 되는 것이 필요하다.
이 경우에 관건은 모두의 이익을 위해 쓰일 토지, 물리적 기반시설 및 기타 공동으로 소유하는 자산의 소유자이자 지킴이 역할을 할 <푸드 커먼즈 트러스트>(Food Commons Trust)의 설립이다. 이런 식으로 해서 수익은, 이윤이 추동하는 회사의 주주들에 의해 모든 잉여가치가 전유되는 경우와는 달리, 모두에게 혜택을 주는 데 사용될 수 있다.(더 나은 노동조건, 더 적은 농약 사용, 낮은 소득의 사람들에게는 더 값싼 식품을 공급하기)
심지어는 커머닝에 관한 장(章)도 있는데, 여기서는 사회적 화폐, 라틴아메리카의 부엔비비르(buen vivir) 윤리, 그리고 ‘야생의 법’(wild law)을 특별히 강조하고 있다.
[옮긴이]
▷ ‘잘 살기’(good living)라는 의미의 ‘buen vivir’는 전통적 의미의 자본주의적 발전에 대한 대안 개념으로서 자연을 포함하는 공동체 내에서만 이룰 수 있는 넓은 의미의 ‘잘 사는 삶’에 초점을 둔다.
▷ ‘wild law’는 코막 컬리넌( Cormac Cullinan)이 처음 만들어낸 말로서, 인간이 인간의 행동을 규제하기 위해 만들어낸 법이지만 인간을 비롯한 그 어떤 종에게도 특권을 부여하지 않는, 지구 공동체 전체를 관할구역으로 하는 법이다.
새커러의 설명에 따르면 이러한 이야기들에서 ‘그린 스레드’(green thread)는 “재배지, 재배자들, 재배조건들 등 다양한 맥락에서 사람들이 자신들의 식품과 재연결되려는 노력이다. 이 실천적이고도 지역적이며 인체 규모의(human-scaled) 활동들이 산업화된 식품 체계에 대한 대안의 묘목들이다. 산업화된 식품 체계는 (자원)추출 산업으로서 동물들이나 땅이나 사람들에게 모두 잔인하다.”
[옮긴이]
▷ 영어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green thread’는 운영체제에 의해 관리되지 않고 런타임 라이브러리나 가상머신에 의해 관리되는 스레드이다. 스레드는 어떠한 프로그램 내에서, 특히 프로세스 내에서 실행되는 흐름의 단위를 말한다고 한다. 옮긴이는 이 설명이 무슨 말인지를 잘 모르겠고, 그냥 중앙에 속하지 않고 지역에 속한 움직임이나 활동을 ‘그린 스레드’라고 부르는 모양이구나라고 추측한다.
▷ ‘인체 규모’(human-scale)는 인간의 신체, 운동, 감각, 정신, 사회적 제도에 부합하는 규모를 가리킨다. 여기서는 ‘지역 규모’와 거의 유사한 의미로 읽어도 무방할 것이다.
새커러의 어조는 내내 친절한 집주인의 어조이다. “자, 우리의 경제와 사회를 다시 만들, 영감을 주는 기획을 또 하나 보여주겠다.” 그는 자신이 보여주는 사례들을 과대평가하지 않으며 문제점들과 복잡한 점들을 솔직하게 인정한다. 그는 가벼운 터치로 기획들 사이의 친화성을 시사하면서 테마상의 유사성을 짚어준다.
나는 새커러가 자신이 소개하는 사례들을 얼마나 지적이고 깊이 있게 보는지를 알아보았다. 예를 들어 그는 고속철도(high-speed trains, HST)의 진정한 문제는 시간을 실제로는 절약해주지 않으면서 많은 다른 문제들을 낳는 데 있다는 것을 지적한다. “문제는 이전의 주간고속도로(州間高速道路) 시스템이 그랬듯이 고속철도도 우리가 사는 방식 전체를 지탱할 수 없게 만드는 그러한 패턴의 토지사용, 운송강도(transport intensity), 기능들의 시공간상의 분리를 영속화한다는 것이다.” 고속철도는 도시 스프롤 현상을 낳고 전체 차원에서는 소외를 유발하고 값비싼 ‘시공간 지리’(space-time geography)를 낳는다.
[옮긴이]
▷‘시간지리학’(time geography) 혹은 ‘시공간 지리학’은 사회적 상호작용, 생태적 상호작용, 사회 및 환경 변화, 개인들의 일대기와 같은 공간적·시간적 과정들과 사건들을 다루는, 여러 학문분야를 가로지르는 관점이다.[영어 위키피디아 참조] 위에서는 학문분야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관점에서 본 지리를 의미하므로 그냥 ‘시공간 지리’라고 옮겼다.
나는 새커러가, 새로이 출현하는 새로운 모델들을 어떻게 널리 알릴 것인가에 대해 생각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들였으면 한다. 소규모의 지역 실험들을 거대한 전지구적 운동으로 번성시키는 것을 가속화할 필요가 우리에게 절실하다. 우리는, 경제적·정치적 변화에 대한 우리의 탐색이 어떻게 늘 전개되고 있는 내적 자기변형과 보이지 않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더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 어떻게 ‘활력 있게 살아있음’을 양성할 것인가―이것이 정말로 핵심이다. 모든 것이 이윤의 추출을 위한 허가된 사냥감일 때에는 삶을 자립적으로 갱생시킬 수 있는 새로운 사회경제적 유기체들을 발전시킬 필요가 절실하다. 삶은 상품교환의 이차적 혜택이 아니라 우리에게 가장 우선적인 것으로서 존중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변형이 어떻게 올 것인지를 새커러가 이해하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그는 이렇게 쓴다. “변화는 사람들이 서로서로 그리고 생물권과 다시 연결되어 내가 이 책에서 쓴 종류의 풍요로운 현실 세계 맥락들을 이룰 때에 올 가능성이 더 크다. 이는 일부 독자들에게는 나이브하고 비현실적인 것으로 들릴 것이다. [새커러가 더 앞에서 지적했듯이, 이들은 정부와 정책이 변화를 추동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볼리어] 그러나 (신념 체계를 포함한) 복잡한 체계들이 변하는 방식에 대해 우리가 아는 바를 놓고 볼 때, 작은 것이 큰 것을 형성하는 힘에 대한 나의 확신은 전혀 흐려지지 않은 채로 남아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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