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음은 Commons Transition and P2P : a Primer의 3장의 일부를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이 팸플릿의 저자는 미셸 보웬스(Michel Bauwens), 바실리스 코스타키스(Vasilis Kostakis), 스따꼬 뜨론꼬소(Stacco Troncoso), 안 마리에 우뜨라뗄(Ann Marie Utratel)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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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커먼즈 정치란 무엇인가?
커먼즈와 P2P는 우리 시대에 집중적으로 일어나는 사회적·생태적 위기들을 어떻게 다룰 수 있고 우리의 사회적·생태적 안녕을 어떻게 복원할 수 있는가?
왜 우리에게 P2P 정치가 필요한가?
거의 40년이 된 신자유주의는 최근 브렉시트나 트럼프의 당선에서 보듯이 현대 서구 정치의 우선회에 의해 뒤집어졌다. 긴축 정치, 복지국가에 대한 약탈, 그리고 증가하는 시민들의 소외는 이해할 만한 좌절을 낳았고 이것을 우익 포퓰리즘이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정치참여는 익숙한 것(후기 단계의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의 느린 죽음과 예측할 수 없는 것(놀랍게 부상하는 대안 우파/극우)의 급속한 발생 사이의 선택에 국한되는 듯 보였다.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 선거무대와 국가정치의 구조적 제한들은 체제 내에서 변화를 만드는 사람들에게 큰 한계를 부여한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P2P 동학을 활용하고 커먼즈를 구축하는, 친화성에 기반을 둔 네트워크들과 공동체들이 그 숫자와 가시성의 측면에서 부상하고 있다. 소규모 혁신들이 거버넌스, 농업, 서비스 공급, 과학, 연구 및 개발, 교육, 금융, 통화(通貨)의 분야들에서 진정하게 지속 가능한 자원관리와 아래로부터의 사회적 결속을 모델화하고 있다. 장소에 기반을 둔 이러한 노력들은 인터넷의 사용을 통하여 세계 전역에서 기록·복제되어 그 원천이 되는 지식 커먼즈를 풍요롭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예시적 접근법들이 합리적인 대안을 구축하는 데 들어갈 핵심 요소들이긴 하지만, 이 접근법들은 보통 기존의 체제의 제한 내에서 발전한다. 신자유주의가 가져온 종획을 통해서나 아니면 더욱 우선회하면서 점점 더 권위적이 되고 배타적이 되는 우파 정치를 통해서나 시민들이 기대하거나 열망하는 ‘정상성’(normality)―일자리 안정, 연금, 실업지원, 공정한 노동시간과 조건―은 계속 침식될 가능성이 크다. 그 결과로 위에서 서술한 저 생산 공동체들의 작동을 위해 가용하다고 생각되는 공간도 불가피하게 위축될 것이다.
바로 이 때문에 커먼즈 운동은 정치 영역에 관여해야 한다. 복지국가 모델의 최선의 질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그것을 근본적으로 다시 상상된 정치로써, 사회적 가치창출과 공동체에 의해 조직되는 실천을 촉진하는 정치로써 넘어서기 위해서이다. (여기서 “정치적”이란 대의정치만이 아니라 정치적 결정들에 의해서 영향을 받는 사람들 즉 일반 시민들의 실행할 수 있는 권리들도 가리킨다.) 이는 대안들을 구축하고자 하는 사람들과 기존의 정치적 경로들을 해킹함으로써 변화를 가능하게 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 사이를 나누는 잘못된 이분법을 부순다. 균형 잡힌 정치체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예시적 행동노선과 제도적 행동노선이 모두 필요하며, 다행히도 이러한 정치적 접근법이 이미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을 살펴보기 전에 먼저, 커먼즈 기반 피어 생산의 특징들이 어떻게 시민사회의 조직을 형성할 수 있고 거버넌스의 방법과 국가의 역할을 어떻게 총체적으로 혁신할 수 있는지를 검토해보자.
커먼즈 기반 피어 생산의 원리들이 커먼즈 정치에 어떻게 반영되는가?
이전 장(「커먼즈 기반 피어 생산이란 무엇이고 그것이 어떻게 P2P 경제를 형성하는가?」)에서 우리는 커먼즈 기반 피어 생산의 생태계는 보통 세 단체―① 생산 공동체 ② 커먼즈 지향적 기업가 연합들 ③ 비영리 지원단체들―를 통해 발현됨을 보았다. 이 세 요소가 만일 더 광범한 사회로 확대되어 적용된다면 어떻게 나타날지 상상해보자.
CBPP | 생산 공동체 | 기업가 연합 | 비영리 지원단체 |
사회적 삶 | 시민 사회 | 시장 조직들 | 국가 |
우리가 보았듯이, 지원단체들은 자신들이 속한 생태계의 공동의 이익에 복무한다. 이 단체들은 기반시설에 대한 요구를 책임지며 적절한 도메인들에 구속력 있는 규칙들을 부과할 수 있다. 이 단체들은 개인들 사이의 계약에 기반을 두지 않으며 상이한 이해관계자들로 구성된 자율적으로 다스려지는 제도들이다. 이 단체들은 커먼즈 기반 피어 생산의 국가를 미시적 수준에서 속사(速寫)로 찍은 사진에 해당한다.
이것을 거시적 수준에 적용하면 커먼즈 중심 사회에서 ‘파트너 국가’로 진화한 국가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여기서는 국가 당국이 커먼즈 기반 기여 체계들을 위한 기반시설들을 만들고 유지함으로써 시민 사회에 의한 직접적 가치창출을 국가 영토의 규모에서 가능하게 한다.
오늘날 국가 측의 행동을 촉진하는 것은 미래의 온전한 파트너 국가를 예시하는 것으로 간주될 수 있다. 시민-커머너들과 그들의 사회운동은 기존의 국가형태를 파트너 국가형태로 전환시킬 것이다. 이 국가는 시민들의 개인적·집단적 자율을 인정할 것이다. 마치 시민권 운동, 참정권 운동, 노동 및 여성운동들이 그 동안 국가를 새로운 사회적 요구에 응하도록 강제했듯이 말이다.
우리가 불평등한 계급 사회에 사는 한 국가에 기반을 둔 메커니즘이 필요할 것이다. 사회운동들―이 경우에는 커먼즈 기반 피어 생산으로의 전환에서 출현하는 운동들―은 국가에 압박을 행사할 것이다. 만일 이 사회운동들이 대세가 되면, 이것이 현재의 ‘시장 국가’(market state)에서 커먼즈 부문의 이익을 대변하는 ‘파트너 국가’로의 변형을 낳을 수 있을 것이다. 이상적으로는, 이 국가와 커먼즈 기반 시민 사회가 인간의 평등의 재출현을 위한 조건을 창출할 것이므로, 국가는 사유화되는 것과 반대 방향으로 점차 “공통화”(commonified)될 것이며 철저하게 변형될 것이다.
이는 전부가 아니면 아예 포기하는 식의 제안이 아니며, 모든 종류의 규모에서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전지구적 사회의 거시적 수준에서 일어나는 실제적인 체제 차원의 변화는 결국에는 이러한 새로운 형세(configuration) 아래에서의 새로운 사회 조직화를 필요로 할 것이다. 이 전략은 기존의 형세 내에서 작동한다는 점에서는 개혁주의적(reformist)이지만, 혁명적이기도 하다. 현재의 추출적 체제가 어떤 시점에서는 새로운 형세로의 상전이(phase transition)를 거칠 것이 틀림없다는 이해에 기반을 두기 때문이다. ‘혁명적 개혁’은 기존의 체제에 받아들여질 만한 것이겠지만, 또한 그 체제를 변형할 조건을 창출하기도 한다. 기본 소득이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기본 소득은 노동이 상품화될 필연성을 부술 수 있으며 커먼즈를 산출하는 자발적인 활동을 향하는 시간과 노력을 해방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커먼즈를 가능하게 하는 파트너 국가라는 우리의 비전은 이미 존재하는 사회적·경제적 경향에 기반을 둔다. 이 경향을 포착해 그려주기 위해서, 현재의 정치적 현실에서 커먼즈 기반 피어 생산의 논리가 어떻게 참신하고 실행 가능한 대안들을 제시하는 새로운 네트워크화된 정치운동들로 진화하고 있는지를 간단하게 살펴보자.
어번 커먼즈의 발생
세계 전역의 진보적 도시들이 커머닝을 가능하게 하고 커머닝에 힘을 부여하고 있다. 이 ‘반란 도시들’(Rebel Cities)은 시민들이 자신들과 자신들을 둘러싼 환경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지도하기보다는 커머너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으며 보통사람들이 자신들에게 관련되는 일을 직접 관리하는 공간을 창출하고 있다. 헨트(Ghent), 볼로냐, 암스테르담, 바르셀로나, 벨로오리존테(Belo Horizonte), 나폴리, 몬트리올, 릴, 마드리드, 브리스틀 같은 도시들은 각 지역 맥락에서 적절한 많은 행동들 외에도, 투명성 높이기, 시민들이 참여하는 예산책정을 가능하게 하기, 사회적 돌봄 협동조합들의 창출을 촉진하기, 공터를 공동체 정원으로 바꾸기, 기술과 도구를 공유하는 프로그램들을 공동창출하기를 실행하고 있다.
아마도 가장 중요한 것은 시민이 주도하는 자치도시연합들(municipalist coalitions)일 것이다. 1 여러 자치도시연합들이 스페인의 읍들과 도시들에서 출현했으며 모든 주요 인구 중심지들의 선거에서 승리했다. 이 노력들을 다 합쳐서 보면 , 커먼즈 논리가 P2P에 의해서 가능하게 되는 민주적·참여적 관계들과 결합되면 오늘날의 정치 장(場)에서 새로운 목적의식을 되살리고 불어넣을 수 있음을 알 수 있게 된다. 목전의 과제는 출현하는 새로운 정치 운동을 현지의 동학(local dynamics)의 특징들을 보존하면서도 더 높은 복잡성의 수준―지역적(regional), 일국적, 초국적 수준―에서 발전시키는 데 있다.
[* 스페인의 자치도시연합들에 대한 사례연구는 주석에서 밝힌 다른 게시글에 더 자세하게 나와 있으므로 생략함.]
커먼즈 이행 : 아래로부터의 사회적 거버넌스의 정치적 어휘를 구축하기 2
커먼즈의 상상계는 정치적 과정에 의해 가장 크게 영향을 받는 공동체들의 창조성과 참여에 관여함으로써 효과적인 정치 행동에 쓰일 수 있는 일체감을 양성할 수 있다. 커먼즈의 통합적 내러티브는 시장국가와 시장경제의 협소한 관료주의 외부에서 시민들의 직접적인 정치 참여를 권유한다.
윤리적 시장들의 경우에서처럼, 커먼즈 이행을 정치 장에 적용하는 것은 세 구분되는 진보적 경향들의 최선의 실천들을 활용하는 자유롭고, 공정하며 지속 가능한 정치적 내러티브―개방성(해적당), 공정성(신좌파), 지속 가능성(녹색당)―의 창출을 수반한다. 우리 시대의 과제에 부합하는 새로운 정치적 비전을 구축하는 최적의 플랜은 이 세 경향들 사이에 다리를 놓는 것을 포함한다.
커먼즈는 본성상 포용적이기 때문에 정치에 적용되었을 때 해당 개인들과 공동체들에 의한 풀뿌리 수준의 정치참여를 가능하게 할 수 있다. 그러나 위에서 설명한 대로 이 새로운 내러티브는, 기존의 제도들만이 아니라 변화를 만드는 사람들과 시민사회 조직들이 접근할 수 있는, 이미 존재하는 (규모를 키울 수 있는) 최선의 실천들에 토대를 두어야 한다. 이어지는 장에서는 이 실천들을 어떻게 확대하고 개선하여 지속적인 문화적 변화를 불러일으킬지에 대한 몇몇 요점들을 제시할 것이다.
다음에 이어질 내용
- 이에 대해서는 http://minamjah.tistory.com/167의 ‘어번 커먼즈의 발생’ 부분도 참조하라. 서로 겹치는 내용도 있다. [본문으로]
- 이 절의 내용도 http://minamjah.tistory.com/167의 ‘커먼즈 이행 : 아래로부터의 사회적 거버넌스의 정치적 어휘를 구축하기’ 부분과 겹친다. 조금씩 다르게 쓴 부분들도 있는데, 이 다르게 쓰기 자체가 인식을 정밀하게 다듬으려는 노력의 표현이므로 이 점을 생각하면서도 비교하여 읽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물론 같은 원문을 다르게 번역한 부분도 있을 것이다. 같은 사람이 같은 원문을 늘 똑같게 번역하라는 법은 없으므로 이 또한 번역자의 그때그때마다의 노력의 표현으로 읽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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