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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시 - D. H. 로렌스 ‘현재’의 시 - 『새 시들』(New Poems, 1918)의 미국판 해설 D. H. 로렌스 종달새가 지저귀는 소리를 들으면 소리가 미래를 향하여 달려가는 것처럼, 매우 빠르게 아무런 고려도 없이 곧바로 미래를 향하여 달려가는 것처럼 보인다. 나이팅게일 소리를 들으면 우리는 정지를 그리고 기억의 풍요롭고 꿰뚫는 리듬을, 완성된 과거를 듣는다. 종달새는 슬프게 들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는 예쁜 일시적인 슬픔이라서 거의 희망의 황홀이다. 나이팅게일의 개가(凱歌)는 찬가이지만 죽음의 찬가이다. 시도 그렇다. 시는 보통 먼 미래의 절미(絶美)한 천상의 목소리이거나 풍요롭고 장엄한 과거의 목소리이다. 그리스인들이 『일리아드』와 『오디세이』를 들었을 때 그들은 자신의 과거가 심장 속에서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 마.. 더보기
시에서의 혼돈 (D. H. Lawrence) ―해리 크로스비의 시집 『태양 마차』에 붙이는 서문 시는 단어의 문제라고들 말한다. 이는 그림이 물감의 문제이고 프레스코가 물과 수성페인트의 문제이다라는 말만큼 맞다. 이는 온전한 진실에는 훨씬 못 미치는 것이라서 만일 이 말을 대단한 진실인 것처럼 말한다면 이는 약간 지각없는 일이다. 시는 단어들의 문제이다. 시는 단어들을 한데 엮어서 찰랑대고 딸랑대는 색깔들의 흐름으로 만드는 것이다. 시는 이미지들의 상호작용이다. 시는 생각을 무지개 빛으로 제시하는 것이다. 시는 이 모든 것이다. 그러면서도 또다른 어떤 것이다. 앞의 모든 요소들이 주어진다면, 무언가 시와 매우 유사한 것, 옛 낭만적 이름인 포에지(poesy)를 빌어다 붙일 어떤 것이 될 것이다. 그리고 포에지는 골동품처럼 항상 인기있을 것이다. 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