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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소리

‘사실’과 음모 ‘사실’과 음모 이내 그의 눈빛이 차분히 가라앉았다. 저 어둠 속 어딘가에서 여전히 음모가 진행 중일 것이다. ― 장영훈, 『천하제일』5권 음모의 신자유주의 난 대학교에 재직하던 중 어느 시점에 ‘어, 이것 봐라, 악당들이 항상 상황을 앞에서 몰고 가는구나!’라는 생각을 불현듯 갖게 되었다. 여기서 ‘악’이란 도덕적 개념이 아니다. 대학의 본연의 일인 연구와 교육을 다른 목적의 수단으로 삼거나 아니면 다른 목적을 위해 연구와 교육을 훼손하는 행동이나 사고를 말하며, ‘악당’은 그런 행동과 사고를 이러저러한 이유로 적어도 일정한 시기 동안 집중적으로 가진 사람들을 말한다. (이론상 누구라도 일정한 만큼은 악당이 될 수 있으며, 또 그 반대로 아무리 악당이라도 악을 넘어설 수 있는 면이 잠재해 있다. 얼마나.. 더보기
Eternal Recurrence Eternal Recurrence Don’t be a passive trail of what you did,Dragged along the course of tedious time. One can undo what deserves to be undone,Things boring, exhausting, stuck, and foul.But there are other things hard to undo, Like a petrified heart. If you try to undo it, You must risk something like a death, More deadly than a real death.You can die this way, if you like to. Only there is alway.. 더보기
혼미불(昏迷佛) 혼미불(昏迷佛) 가끔 눈앞의 시야 중 일부분이 마치 물 뿌린 거울처럼 아니면 화면 중 일부를 섬세하게 모자이크 처리한 것처럼 혹은 일종의 아지랑이가 낀 것처럼 어른거리는 경우가 있다. 이는 망막에 생긴 상처 같은 것이 허공에 투사되어서 보이는 헛꽃과는 다르다. 상처가 투사된 것은 늘 같은 위치라고 생각되는 곳에 생기지만, 내가 말하는 현상은 어느 곳에 언제라도 생길 수 있고 금세 사라진다. 과학의 관점에서는 이것이 아마 눈 속의 액체의 특정 상태가 만들어 낸 것이라고 설명되리라. (병적 상태일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삶의 관점에서 이것을 ‘혼미불’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그리고 마치 ‘미륵불’의 짝인 듯이 모시기로 했다. ‘혼미불’이란 말은 꿈속에서 누군가가 (누군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데, 아마 모르는.. 더보기
전위의 새로운 개념 전위는 이제 대중의 지도자 따위가 아니라새로운 삶형태를 향해 목숨을 걸고라도 미지로 모험하는 존재이다. 자신이 탐구한 것이 모두에게 전해지느냐 아니냐는 그 다음의 문제이다. 탐구한 것이 없다면전하는 일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더보기
도둑 몇 주 전에 집에 도둑이 들었다. 밤새 후배들과 술을 신나게 마시고 이른 아침에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니 찬바람이 어디선가 훅 불어온다. 보니까 현관 맞은편의 현우 방에 창문이 조금 열려 있다. 현우가 왔나 싶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현우 방과 안방의 옷장에서 옷들이 다 끄집어져 나와 있고 방안 전체에 흩어져 있었다. 무언가를 열심히 찾은 흔적이다. 아마도 현금이나 귀금속을. 현우가 아닌 도둑이! 물론 나의 집에는 그런 것이 없다. 옷장이 아니라 다른 어디에도 없다. 찬장에도 없고, 냉장고에도 없고 신발장에도 없다. 현금은 내 호주머니의 지갑에 든 게 전부이고 내 소유의 귀금속이란 아예 없으므로. 크기 대비 가격으로 보자면 현재 나의 최고의 재산은 거실에 놓여있는 맥북인데 이 도둑은 다행히도 여기에는 관심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