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는 『가디언』(The Guardian)지에 실린 가이 스탠딩(Guy Standing)의 2017년 1월 12일자 기고문 “Universal basic income is becoming an urgent necessity”의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가이 스탠딩은 런던 대학교 동양 아프리카 연구대학(School of Oriental and African Studies, University of London)의 개발 전공 교수이며 『프레카리아트―새로운 위험한 계급』(The Precariat: The New Dangerous Class)의 저자이다.
보편적 기본소득이 긴급한 필연성이 되고 있다
스탠딩은 보편적 기본소득이 정치적으로 긴급하게 된 상황을 짧게 요약하면서 글을 시작한다. 한마디로 하자면, “20세기의 소득분배시스템이 돌이킬 수 없게 무너진 것”이 상황의 핵심이다. 지구화, 테크놀로지 변화, 그리고 유연한 시장으로의 이행이 금융 및 지적 재산의 소유자들에게 점점 더 많은 소득을 몰아주게 되었고 실질 임금은 정체되었다. 프레카리아트의 소득은 하락하면서 그 휘발성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최저임금법, 세액공제, 자산조사형 급여(means-tested benefits), 혹은 근로(연계)복지(workfare)로도 만성적 불안정성을 극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상황에서 나타난 기본소득에 대한 관심의 고조를 설명한다. 기본소득의 아이디어―모든 거주하는 시민이나 합법적 거주자에게 (합법적 이주자들은 자격을 갖추기를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 달마다 소득을 조건 없이 달마다 소득을 지급하는 것―를 소개한 후, 오랫동안 비현실적이라거나 게으름을 조장한다고 조롱받은 이 아이디어가 이제는 많은 지지를 얻고 있으며 전형적인 반대의견들에 튼실하게 도전하고 있는 상태라고 한다.
이러한 관심은 세계 전역에서 여러 기본소득 파일럿 테스트들(pilot tests)에의 착수를 촉발했다고 한다. 하나는 핀란드에서 1월 1일에 시작되었고, 다른 것들이 온타리오, 캐나다, 오클랜드, 캘리포니아, 아키텐과 카탈루냐에서 계획되고 있으며, 파이프(Fife)[스코틀랜드 동부의 주―정리자]와 클래스고우에서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미국의 NGO인 <기브디렉틀리>(GiveDirectly)는 케냐에서의 12년 동안의 실험을 위해서 3천만 달러를 모으고 있다.
‘파일럿 테스트’는 ‘파일럿 실험’, ‘파일럿 프로젝트’, ‘파일럿 스터디’라고도 하며 이 글에서는 주로 줄여서 그냥 ‘파일럿’이라고 쓰고 있다. 실행 가능성, 비용, 효과의 크기 등을 평가하여 적절한 샘플의 규모를 예측하고 본격적인 연구를 증진하기 위한 예비 실험을 가리킨다.[Wikipedia 참조―정리자]
저자는 파일럿의 한계를 말해둔다. 기본소득 파일럿은 기본소득의 지급이 가져오는 행동 변화를 테스트할 수 있지만 기본소득의 주창자들이 그 근거로서 주장하는 더 근본적인 대의들, 즉 사회정의, 자유, 경제적 안정은 테스트할 수 없다는 것이다. 파일럿은 단기적이면서 상대적으로 소수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파일럿들은 공동체에 속한 모두가 지급 받는 보편적 기본소득제도에 상응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혹자는 파일럿들을 단지 다른 중요한 정책결정들을 피하는 수단으로 본다. 그런데 저자는 일단 결과들이 나오기 시작하면 그것이 기본소득이 실행 가능할 뿐만 아니라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생각하는 부정적 행동효과들을 가지고 있지 않음을 보여줄 것이고 따라서 기본소득 시행을 관철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현재 핀란드의 파일럿이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고 한다. 이는 진정한 의미의 기본소득 실험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의미가 없지는 않을 것이라고 한다. 무작위로 선발된 25세에서 58세 사이의 미취업자 2천 명이 세금이 면제된 무조건적 급여로서 달마다 560유로(475파운드)[2017년 1월 17일 현재 703,348원 에 해당한다—정리자]를 2년 동안 받기 시작했다. 기본소득을 받는 사람들이 다른 소득을 벌더라도 지급되는 기본소득 액수는 삭감되지 않으며, 이들이 직장을 찾아야 할 의무도 없다고 한다.
이 실험의 배후에 놓인 것은, 산업사회에 맞도록 설계된 핀란드의 사회안전시스템이 기능장애를 일으켰다는 생각이다. 이 시스템은 영국처럼 지나치게 복잡해졌고 가혹한 ‘빈곤의 함정’(poverty traps)을 창출했다.[‘빈곤의 함정’이란 가난이 지속되도록 만드는 모든 메커니즘들을 가리킨다. 신용 및 자본 시장에의 접근의 제한, 극심한 환경, 타락한 정부, 자본도피, 빈곤한 교육제도, 질병을 유발하는 생태, 공공의료의 결핍, 빈약한 기반시설 등이 이 함정을 구성하는 요인들이다.― 정리자] 기본소득은 소득이 따로 생긴다고 철회되지 않기 때문에 직업을 찾으라는 번거로운 급여 조건들을 제거하면서 저임금 직업을 택하게 하는 인센티브를 증가시킨다. 이 파일럿의 설계자들은 이런 물음을 던진다고 한다. ‘기본소득이 사회안전제도를 단순화하고 고용을 증가시킬 것인가?’
그 다음으로 소개하는, 1970년대 캐나다 도핀(Dauphin) 타운의 잘 알려진 실험은 기본소득 수령자가 건강문제와 정신적 스트레스를 덜 겪음을 보여주었다. 1970년대 미국의 음의 소득세(negative income tax) 실험은 수령 가족의 아이들이 학교를 그만두는 비율이 더 낮음을 보여주었다.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아동발달에 대한 장기(長期) 연구가 카지노의 수익을 모든 부족 구성원들에게 분배하는 체로키 공동체의 결정과 연결됨으로써 우연히 실행된 기본소득 파일럿은 수령자 가족의 아이들이 행동장애를 덜 겪으며 학교생활을 더 잘하고 범죄에 빠질 가능성이 더 낮음을 보여주었다. 그 원인은 경제적 안정과 화평한 가족관계로 돌려졌다. 부모들이 돈 문제로 다투는 시간이 줄고 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다. 알코올과 약물 남용 또한 줄었다.
개발도상국인 기본소득 테스트에 근접하는 실험들은 나미비아와 인도에서 실행되었다고 한다. 가장 대규모인 인도에서의 실험에서는 8개의 마을에서 약 6천 명의 사람들이 18개월 동안 작은 액수의 기본소득을 수령했으며 그 경험이 아무도 기본소득을 수령하지 않은 12개의 마을에서 일어난 일과 비교되었다. 다음 네 개의 긍정적 효과가 관찰되었다. ① 증진된 영양공급, 더 나아진 건강, 증진된 학업 등의 복지혜택 ② 일반인보다는 장애자를 돕고 남성보다는 여성을 도우며 상층 신분의 가구보다는 가장 낮은 신분의 가구들에게 도움을 주는 긍정적인 평등화 효과. ③ 더 많은 일과 노동, 높은 생산성과 산출량, 감소된 불균등이라는 긍정적 경제 효과. ④ 보조적인 자영업의 성장.
이번 달에 인도 정보는 연례 보고서를 낼 예정인데, 여기에는 기본소득의 인도 전역으로의 확대를 실행할 수 있는 가능성에 관한 장이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그 내용은 조심스럽거나 어물쩍거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주요한 국가가 이렇게 기본소득의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기본소득의 점증하는 정당성을 입증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는, 기본소득이 사람들의 삶을 변형시킨다는 의미에서 가지는 가치—그는 이를 ‘해방적 가치’(emancipatory value)라고 부른다―가 얼마 안 되는 화폐 가치보다 크다는 점이었다고 한다. 저자는, 이 해방적 효과가 기본소득제도가 촉발되는 어느 곳에서나 나타나는 반면에 대부분의 다른 급여/혜택 형태들은 선별적이고 조건이 붙으며 비효율적이기 때문에 그 해방적 가치가 화폐 가치보다 낮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이렇게 끝맺는다. “비판하는 사람들은 인도에서 일어나는 일은 영국에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비록 많은 파일럿들이 진정한 기본소득 실험은 아니지만 그 결과는 다른 곳에서 드러난 것과 유사하리라는 데 나의 미래의 기본소득을 걸겠다. 그것이 논쟁에서 이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 다음에 기본소득제도를 구축하는 것은 정치가들의 용기와 성실성에 달려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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